[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여야 5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전시작전권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귀속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 오찬 간담회'를 개최해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최근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하고, 그 후속 조치를 위한 초당적 협력 요청을 위해 1년2개월 만에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순방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전시작전권' 분야 논의는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며 "작전권 회수를 조건부에서 기한부로 바꾸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예전에 (전환) 연기 요청을 했던 점도 감안해서 대화해가겠다"며 "한미간 조율하고 점검해야할 게 있는데 코로나19로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는 점도 있다. 긴밀히 논의해가겠다"고 답했다.
당초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미국 측은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우리 정부가 미국 측이 요구하는 '전제조건'을 미처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또한 문 대통령은 정의당 여영국 대표 등의 '남북대화를 위한 8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축소·연기' 제안에 "코로나19로 대규모 훈련이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과 협의하면서 연합 훈련의 규모나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성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공감대 마련 △미사일 지침 종료 △백신 파트너십 구축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 공급망 협력 강화 등을 거론했다.
아울러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중국과 소통하고 있다"면서 "코로나로 연기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코로나가 안정되면 추진하겠다"고 공개했다. 또 초당적 협력을 위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정례화를 제안하고 "정당별로 검토해서 답을 달라"고 요청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순방성과를 긍정평가하며 적극 협력할 뜻을 밝혔지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코로나19 백신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며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제1야당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백신 로드맵 공개, 손실보상제 도입, 부동산 정책 전환, 가상화폐 대응, 대북정책, 탈원전 중단, 선거관리, 인사라인 개편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물었다.
김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 한 게 거의 없다. 부동산, 주택 문제 등에 대해서도 특별한 답이 없었다"면서 "백신 로드맵을 달라고 하니 문 대통령은 '믿어달라'고만 했다"고 혹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해 방미성과를 설명하고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왼쪽부터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여영국 정의당 대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 대통령,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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