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자신이 스토킹 하던 여성과 그 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이 1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부 인정했다. 다만 스토킹 피해자의 동생과 어머니를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오권철)은 이날 살인·특수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김씨가 지난해 11월쯤 알게 된 피해자 A씨가 관계 단절 의사를 수차례 밝혔음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한 혐의 등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연락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다 범행 도구를 준비한 뒤 택배를 가장해 집으로 들어가 동생과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숨지게 한 혐의 등도 설명했다.
김씨는 공소사실 전부를 인정했다. 다만 살인 혐의 가운데 A씨 동생과 어머니 목숨은 우발적으로 앗아갔다는 주장을 폈다.
김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세 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만나 친분을 쌓았는데, 마지막으로 만난 자리에서 사소한 말다툼 이후 피고인이 사과 했는데도 피해자가 멀리하며 연락을 차단하자 그 이유를 알고 사과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후 피해자와 함께 온라인 게임을 하던 친구들도 피고인을 멀리하고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피고인을 비난하기도 해, 가까운 친구였다고 생각한 피해자가 함께 게임한 친구들에게 험담을 한다는 생각에 빠져 배신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계획 단계에서 첫 번째(동생)와 두 번째(어머니) 피해자를 제압하고 세 번째 피해자(A씨)를 살해한 이후 자신도 자살하려고 했다"며 "첫 번째와 두 번째 피해자 살인은 우발적 살인이다. 범행 후 도주하지 않고 자살하려고 했던 점을 참작해주시길 바란다"고 변론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A씨 고모는 "사형제도가 부활할 수 있게끔 형을 내려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며 "전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저 인간에게 우리가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내 가슴에 내 올케와 내 조카를 가슴에 묻어야 하느냐. 재판이라는 이름을 거론할 필요조차 없는 인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 직후 김씨 변호인은 김씨가 4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점에 대해 "본인의 심경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 초기부터 (김씨가) 반성하고 있는 점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다음 공판은 이달 29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알게 된 여성 A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스토킹 하다가 지난 3월 23일 집으로 찾아가 A씨 어머니와 여동생,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A씨가 올해 1월 연락을 차단하자, 2월까지 공중전화와 타인 명의 전화, 채팅 앱 등으로 연락한 혐의(경범죄처벌법 위반)도 있다.
이밖에 A씨 살해를 위해 상점과 마트에서 청테이프와 과도를 절취한 혐의(절도), 상품 배달을 가장해 A씨 집에 침입한 혐의(특수주거침입), 범행 후 A씨 소셜 미디어에 접속해 대화 내용과 친구 목록을 지운 혐의(정보통신망침해 등)도 받는다.
1일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과 그 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 씨의 첫 공판 직후 김씨 변호인이 서울북부지법 청사를 나서며 피고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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