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3살 여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친언니 김모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이윤호)는 4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아동 학대 치료 프로그램 160시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도 명령 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과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엄벌에 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모든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해 안정된 가정에서 자랄 권리가 있고 모든 폭력과 학대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며 "신체적·정서적으로 방어가 힘든 아동에 대한 범죄는 장차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현 남편과 동거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단 둘만 있고 싶다는 이유로 24개월 된 피해자 스스로 빵과 우유를 섭취하게 하는 등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며 "피해자를 방치하는 동안 홀로 남겨져도 잘 울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고, 현관문을 열고 나갈 수 없는 점을 아는데도 2018년 8월에 홀로 남겨두고 나온 뒤 피해자를 찾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했다.
또 "마지막으로 방치한 후 짧은 시간 내에 찾아가거나 다른 보호자에게 양육을 부탁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 남편과의 혼인 생활이 순탄치 못했고 전 남편에 대해 분노심을 가졌다거나 현 남편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싶었다는 것은 이 사건 범행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먹을 것 없는 원룸에 홀로 방치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장시간 겪었을 외로움과 배고픔, 두려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밖에 아이 시신이 발견돼 연락 받을 때까지 피해자를 찾지 않은 점,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점 등도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남편과 별거 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를 양육한 김씨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가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한 점, 나이와 환경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음식물이 제공되지 않으면 아이가 사망한다는 점을 예견하고도 지난해 8월 아이를 빌라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아이가 숨진 후인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을 받은 혐의도 있다.
숨진 여아와 김씨의 어머니인 석모 씨는 지난 2018년 3월~4월쯤 김씨가 낳은 손녀를 자신이 낳은 딸과 산부인과에서 뒤바꾼 혐의(미성년자 약취)로 재판 받고 있다.
석씨는 지난 2월 9일쯤 김씨 주거지에서 숨진 아이를 발견하고 매장을 시도한 혐의(사체은닉 미수) 혐의도 있다.
수사기관의 DNA 검사 결과 석씨가 숨진 여아의 친모일 확률이 99.9999998%로 나타났지만, 석씨는 출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석씨가 자신의 딸과 손녀를 산부인과에서 바꿔치기한 방법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석씨가 바꿔치기했다는 아이의 행방도 밝혀지지 않았다.
3살 여아를 빌라에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가 4일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고 대구지법 김천지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김천=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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