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외손자를 키우고 있는 외조부도 사위를 상대로 장래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행 민법과 가사소송법상 유사 상황에 대한 구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인 구제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미성년 외손자의 후견을 맡고 있는 A씨가 사위이자 외손자의 친부 B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신청 사건에서 A씨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인 원심을 유지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미성년 후견인이 가정법원 결정을 통해 미성년자에 대한 양육권을 갖는 경우 양육권이 없는 친부모를 상대로 장래의 양육비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장래 양육비는 현행 민법과 가사소송법상 입법 공백으로 인해 미성년 후견인이 친부모에 대해 미리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피후견인인 미성년 자녀를 충분히 보호·교양할 수 없게 되면 친자법의 기본 이념인 '자녀의 복리'와 이를 위해 개정을 거듭해 온 민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성년 자녀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양육비를 제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점, 이를 위해 미성년 후견인이 친부모를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하도록 인정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친권의 일부 제한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권한을 갖게 된 미성년후견인도 '이혼과 자의 양육책임'을 규정한 민법 837조를 유추적용해 비양육친을 상대로 양육비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의 딸은 2006년 2월 B씨와 결혼한 뒤 같은 해 8월 아이를 낳았으나 6년만에 두 사람이 별거에 들어가면서 혼자 아이를 키웠다. 이후 A씨의 딸은 2014년 9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으나 끝을 보지 못하고 2016년 사망했다.
외손자를 키우게 된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내 미성년 후견인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양육비가 문제였다. 딸이 사위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 사전 처분으로 사위가 매월 70만원을 양육비로 지급했지만 딸이 사망한 뒤로는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이에 A씨가 사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은 A씨에게 청구자격이 없다며 기각했고, 항고심에 이르러서야 일부 인정을 받았다. 이에 B씨가 재항고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