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23일 "미국과 무의미한 접촉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전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이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에 연일 선긋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리 외무상은 이날 담화를 통해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언급하며 "외무성은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미국의 섣부른 평가와 억측과 기대를 일축해버리는 명확한 담화를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리 외무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대미 접촉을 '무의미하다'는 방향으로 표현하고 그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을 낸 것은 미국을 향해 구체적이고 진전된 제안을 내놓으라는 압박의 메시지로 읽힌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기간 동안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를 거듭 제안했지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대북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북한에서는 대화 재개를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고 대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분위기다. 북미 간 입장이 치열하기 때문에 양측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나온 대미 메시지를 미국이 '흥미로운 신호'라고 평가한 데 대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선(북한)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며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23일 "미국과 무의미한 접촉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8년 당시 리 외무상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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