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지난 4월25일 한강 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고 손정민씨 유족이 친구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손씨 유족 측은 폭행치사 및 유기치사 혐의로 A씨를 지난 23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에 따라 전날 열리려던 손씨 사망사건에 대한 변사사건심의위원회는 취소됐다.
손씨 부친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경찰 (고소인 조사)에서 4시간 가까이 진술을 하고 왔다"고 밝혔다. 변사사건 심의위 개최와 관련해서는 "경찰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서 언론을 통해 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포한강공원진실을찾는사람들(반진사)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고 손정민씨 사건의 전면 재조사 요구 및 동석자A 피의자 전환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앙대 의대 본과 1학년 재학생인 손씨는 지난달 4월일 오후 11시경 한강공원에서 A씨와 만나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이튿날 실종됐다. 이후 닷새 만인 30일 오후 3시 50분경 한강 수중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시신의 왼쪽 귀 뒷부분 머리에는 손가락 2마디 크기의 자상이 2개 발견됐다. 손씨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패가 진행돼 육안으로는 사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내면서 머리의 자상이 직접적인 사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후 추가 감식에서는 사인을 익사로 추정했다.
경찰은 서초 강력계 7개 팀 35명을 동원해 한강공원 인근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분석, A씨와 그의 가족, 목격자들에 대한 조사,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정민씨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손씨 양말에서 채취한 토양과 손씨가 머물던 돗자리에서 10m 떨어진 강바닥 토양의 원소조성비가 유사하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 다만 신발은 찾지 못했다.
이후에도 경찰은 손씨의 당일 행적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았다. 당시 낚시를 하던 일행 7명이 신원불상 남성이 한강에 입수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을 바탕으로 이 남성의 신원 파악에도 힘썼지만, 손씨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또 경찰은 A씨 휴대폰 습득과 관련해 전화를 발견한 환경미화원을 상대로 최면조사까지 했지만 별 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휴대전화 포렌식에서도 손씨와 A씨 사이의 부정적 감정이나 다퉜다고 볼 만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고, 유전자·지문·혈흔감정에서도 A씨의 범죄 혐의점이 나오지 않았다.
'한강 대학생 사건' 고 손정민씨 친구 A씨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이은수, 김규리 변호사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유튜브 종이의 TV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기에 손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일부 유튜버들이 A씨와 권력층 관련설 등 가짜뉴스를 유포면서, 경찰이 A씨에 대한 신변변호에 나서기도 했다.
A씨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측은 루머를 제기한 네티즌과 유튜버를 고발했다. A씨 변호인 측인 원앤파트너스는 고소고발 계획에 이어 “1000여명이 선처를 바란다고 연락해왔다”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손씨 부친이 A씨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검찰 단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고소는 경찰이 사건을 변사사건심의위에 회부해 종결 처리를 하려 하자 수사를 계속해달라는 취지로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유족 측은 그간 수사로 의문점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보완 수사를 요구해왔다.
다만 경찰이 '사람을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인 폭행치사나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보호할 법률상·계약상 의무가 있는 사람이 방치해 숨지게 한 행위'인 유기치사 혐의를 A씨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올해부터 경찰은 사건을 불송치하고 자체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지만 고소·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검찰은 필요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