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다음달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카드사 등이 잇달아 금리 인하 소급적용 방침을 밝히는 가운데 대부업계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과거처럼 일부 우수 업체를 중심으로 금리가 인하될 수도 있지만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28일 대부업계에 따르면 내달부터 법정최고금리가 현행 24%에서 20%로 내려가지만 기존 대출자의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2금융 업체보다 신용도가 더 낮은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어 4%p 금리가 인하돼도 파급력이 훨씬 크다"며 "업체별로 소급적용 방침을 결정하겠지만 사실상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최고금리 인하는 신규로 체결되거나 갱신·연장되는 계약 건부터 적용된다. 다만 최근 카드사, 저축은행 등 2금융이 연이어 금리 인하 소급적용을 결정했다. 이에 일각에선 대부업계도 이 같은 방침을 따를 것이란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실제 지난 2018년 최고금리가 27.9%에서 24.0%로 인하될 때는 일부 대형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소급적용을 실시했다. 당시 산와대부, 아프로파이낸셜대부, 웰컴크레디라인대부 등 20개 대부업체는 일부 성실 상환자를 대상으로 금리를 낮춰줬다. 업계에선 6만명이 인하 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처럼 소급적용은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단기간에 금리가 크게 하락한 데다 20% 이하의 금리로는 대출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선 대출 취급 시 소요되는 비용이 이자수익을 뛰어넘는다고 호소한다. 대부업 대출의 경우 대손 비용만 10%를 넘는데 여기에 조달비, 중개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20% 금리 수준으로는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미 업체들은 금리 인하를 앞두고 사실상 영업 중단에 돌입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1분기 23개 대형 대부업체 중 유노스프레스티지대부 등 5곳에서 추가·재대출 건수가 10건 미만으로 집계됐다. 웰컴크레디라인대부는 신규 대출 건수가 10건 미만이었다.
대출잔액과 이용자수 역시 계속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 대출잔액은 14조5000억원으로 8.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이용자수도 21.8% 감소한 138만9000명을 기록했다.
결국 이 같은 상황에서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연체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당수의 대부업체는 손실 위험을 피하고자 만기가 도래하는 계약 건에 대해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기존 차주들은 일시에 대출잔액을 모두 갚아야 한다. 상환이 어려우면 연체자로 전락하고 대부업체는 채권추심 작업에 돌입한다. 채권추심을 피하려는 차주들은 불법 사금융에 손대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대부업체는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대출 연장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며 "갱신이 안 되는 차주는 대출금 전액을 변제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연체자가 돼 채권추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대부업계에서 기존 대출자에 금리 인하 소급적용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대부업체 간판들.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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