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지난달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에서 패한 넷플릭스가 항소에 나서면서 망 이용 대가 관련 분쟁이 길어질 전망이다. SK브로드밴드가 이에 맞서 반소 준비에 돌입하며 2심은 '망 이용료'로 쟁점이 집중될 전망이다. 양측 소송에 이어 망 사용료 관련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국내 진출을 앞둔 해외 콘텐츠사업자(CP)들도 국내 인터넷통신사업자(ISP)와 어떤 관계를 취해야 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항소는 지난 6월25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에 법원이 내린 원고 패소 판결에 대한 것이다.
SK브로드밴드도 반소로 대응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지금까지 지급하지 않은 망 사용료를 청구하는 '부당 이득 반환 청구의 소'를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소송의 쟁점에서 '협상 의무 확인'은 빠지고 '망 이용 대가'만 남게 된다.
넷플릭스는 1심 판결이 CP에게 망 이용 대가를 강요해 인터넷 생태계의 근간인 '망 중립성 원칙'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1심 판결대로라면 한국 이용자가 미국 CP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도, 해당 CP가 한국 ISP에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이는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도 인터넷 생태계 질서를 위해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는 망 중립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SK브로드밴드는 망 중립성에 따라 전송이 무료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SK브로드밴드는 "1심 재판부는 망 중립성이 망 이용대가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통신학계에서도 명확히 확인한 내용"이라며 "1심 판결은 국내외 구분없이 ISP와 CP, 이용자들로 구성된 인터넷 생태계를 이해하고, 누구나 망을 이용하면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는 기본 원칙을 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양측 소송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국내 진출을 앞둔 CP 사업자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의 망 이용 대가 분쟁이 업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현재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내는 해외 CP는 페이스북 정도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계의 긴장감이 크다. 연내 국내 진출을 예고한 '디즈니플러스'나 'HBO맥스', '아마존프라임' 등 해외 인기 OTT는 넷플릭스 못지 않은 트래픽을 유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는 과도한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을 설치할 예정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CDN을 담당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는 이 CDN과 국내 통신망을 연결하는 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보다는 다소 국내 ISP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통신업계는 이 부분이 디즈니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한다. 넷플릭스는 자체 CDN인 오픈 커넥트(OCA)를 국내에 설치하면서 ISP에 망 비용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는 OCA를 일종의 ISP로 해석하면서 ISP와 ISP 간의 연결에는 접속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SK브로드백드는 OCA는 CP에 내재화된 CDN이므로 CP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한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OCA의 국내 설치를 이유없이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실상은 넷플릭스가 OCA를 국내에 설치하더라도 국내 CP와 동일하게 국내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가 어떤 방식으로든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것도 CDN을 CP의 일부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인터넷망 무임승차 방지법'까지 방의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지난 15일 '합리적 망 이용대가 지불 의무'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1심 판결을 인용하며 인터넷망 무임승차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글로벌 사업자가 트래픽 유발 규모에 상응하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 결국 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다른 중소 CP와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면서 국내에서는 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역차별 행위는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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