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상반기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대부업체가 50곳을 넘었다. 연체이자율을 법적 기준보다 높게 부여하는 등 고질적인 불법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부업체에 대한 제재조치 건수가 51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건의 제재 조치가 시행된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증가했다. 이번 상반기에 이뤄진 제재는 지난 2017년 말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사안에 대해 제재 조치가 확정된 사례다.
제재 사유는 다양했다. 우선 총자산한도 위반하는 업체에 6개월 영업정지 등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아라에이엠씨대부, 베리타스자산관리대부 등은 총자산이 자기자본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다.
연체이자율 상한 규제를 위반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투에스대부는 지난 2019년 연체이자율 상한 규제를 자의적으로 적용해 법을 저촉했다. 통상 연체이자율은 기존 대부이자율에 3%를 가산해 책정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계약 체결 시 약정 이자율을 금리 상한인 연 24%로 일괄 적용한 뒤, 연체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8.9~20%로 이자율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초과 수익을 얻었다. 이외에 미등록 대부중개업자와 거래를 한 사실도 적발됐다.
대부업자의 변경등록 의무 등을 위반한 업체들도 무더기 제재 조치에 처해졌다. 지난 2월 월드펀딩대부 등 34곳은 영업소 명칭 및 소재지가 바뀌었는데도 변경 등록을 하지 않거나, 기한 내에 업무보고서 제출 등의 요건을 지키지 않아 과태료 등의 처분을 받았다.
대형 대부업체 역시 광고 표기 지침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웰컴크레디라인대부는 지난 2019년 인터넷에 대출 광고를 게시할 때 'D.웰컴', '웰컴론' 등의 상표보다 상호를 더 작은 글자로 표시해 기관주의 및 과태료 200만원이 부과됐다.
이처럼 최근 대부업체 제재건수가 증가하는 것은 법정 최고금리가 단계적으로 인하된 탓이 크다. 영업 환경이 달라지면서 대출 공급과 수요가 달라졌고 이에 따른 여파로 법을 위반한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금리 상한이 기존 24%에서 20%로 내려가면서 당분간 대부업법 위반 사례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최고금리 인하 이후 당국이 실시한 집중점검 결과 불법 대부광고 혐의 적발건수가 증가했다. 이달 7월1일부터 15일까지 일평균 불법 대부광고 적발 건수는 1364건으로 전월 대비 약 300건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쳐 상환을 못 하는 차주를 대상으로 불법 채권추심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제도권 등록 대부업체가 금리를 인하해야 하면 대손율을 낮추기 위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취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되거나 그런 수요를 노리는 불법 광고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은 대부업체가 50곳을 넘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대부업체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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