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내달부터 오뚜기 라면 가격이 인상되는 가운데 원재료 값 상승할 때는 제품가격을 올리고 하락시에는 기업 이익으로 흡수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 단체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원재료가격의 변동추이와
오뚜기(007310) 재무제표 분석 등을 통해 진라면 등 오뚜기의 주요 라면 가격 인상 타당성을 살펴본 결과 가격 인상을 철회할 것을 22일 촉구했다.
소협에 따르면 라면의 원재료인 소맥분 및 팜유의 수입 가격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로 나타났다. 소맥분의 경우는 지난해 kg당 326.3원으로 2012년에 비해서는 18.0% 하락했다. 수입가격이 가장 비쌌던 2013년과 비교할 때는 22.0% 감소했다. 나아가 전년 동기 대비 소맥분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언론보도와 달리 올해 6월에는 평균 358.2원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4.5%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팜유 역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3.9%로 감소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평균가격은 813.0원으로 전년 가격(641.1원) 대비 26.8% 상승했지만 2012년의 1163.3원에 비하면 오히려 평균 30.1% 하락했다.
올해부터 소맥분 및 팜유가 계속 상승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이 같은 원재료 가격 변동 추이에 비추어 볼 때 업체는 원재료 가격이 올라갈 때는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인상분의 부담을 전가하고 원재료가 하락시에는 곧장 기업의 이익으로 흡수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게 소협의 주장이다.
오뚜기가 가격 인상 근거로 제시한 인건비 상승 역시 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소협에 따르면 오뚜기의 별도기준 재무제표에 나타난 매출액은 2012년 1조6525억원에서 지난해 2조3052억원으로 39.5% 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57억원에서 1552억원으로 62.2% 올랐다. 또 같은 기간 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된 해는 2013년과 2019년뿐으로 지속적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집밥 등 가공식품 소비량의 증가로 2019년 대비 지난해의 매출액은 9.3% 증가, 영업이익은 23.1%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6.7%로 9년 중 가장 높았다. 반면 매출원가율은 2021년 1분기를 제외하면 최근 3년간 평균 78~79%대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매출원가 및 판매관리비에서 종업원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상승세를 보이다가 2015년 8.2%로 최고점을 나타낸 후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지난해는 7.4%로 전년(7.8%) 보다 0.4%포인트 낮았다. 올해 1분기는 6.8%로 전년보다도 0.6%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금액은 영업규모 증가에 따른 상승추세이나 충분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회사 입장에서 원가 압박의 요인이라고 보기 어렵고 인건비가 비용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오뚜기가 제시한 가격 인상 근거로는 미약하다는 게 소협의 설명이다.
소협은 라면이 서민물가를 책임지는 대표 품목인 만큼 가격 인상 철회를 통해 서민 생필품 안정 책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소협 관계자는 “소맥분과 팜유 등 원재료 가격이 떨어질 때에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원재료 가격이 평년보다 상승하는 시기를 틈타 소비자 가격을 올려버리는 기업들의 행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미 케첩, 카레 등 다양한 시장에서 80%~9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오뚜기는 서민의 대표식품을 제조하는 기업답게 사회적 책임을 지고 이번 가격 인상을 재검토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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