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조현정 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을 '월 8만원 외식수당'이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문재인 대통령이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책임이 있다고 저격하고 나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이 임박하면서 야권 주자로서 '선명성'을 드러내고, 동시에 '선비' 이미지에서 벗어나 '투사'적인 모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28일로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지 한 달이 되는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 이후 캠프를 구성하고, 당원과 소속 의원들을 꾸준히 만나며 당내 기반 다지기에 주력해왔다. 대신 여당 후보나 문 대통령을 겨냥한 직접적인 비판 발언은 자제해 왔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의 '거친 입'은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하면서 첫 포문을 열었다. 최 전 원장은 이 지사가 연 100만원, 분기별 25만원의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히자, 곧바로 "월 8만원으로 국민의 삶이 나아지겠느냐"고 지적했다.
최 전 원장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전 국민 외식수당이라고 부르는 것이 낫겠다"며 "한 달 용돈 수준도 되지 않는 돈으로 국민의 삶이 과연 나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금을 마구 뿌리자는 생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 지사가 전 국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국토보유세 신설을 공약하자 "사실상 정부가 국민의 재산을 빼앗겠다는 발상"이라며 "로빈 후드처럼 국민의 재산을 마구 훔쳐다가 의적 흉내를 내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이에 이 지사가 "정부 공격을 통해 몸값을 올려 정치하시려고, 목표를 정한 다음 그에 맞춰 감사했다는 건 지나친 의심인가"라고 응수했고, 최 전 원장은 다시 "동문서답 하지말라"며 "무조건적인 의미 없는 현금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라고 되받아쳤다.
이 지사를 향한 최 전 원장의 비판의 포문은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자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최 전 원장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계속되는 책임이 문 대통령에게 있다며 그 이유로 "문 대통령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온통 자신의 인기, 지지율 방어에만 관심을 쏟다보니 정작 우리 앞에 놓인 위험과 난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최 전 원장의 날 선 대여 공세는 소위 '반문'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단기간에 지지도를 넓히고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선명하고 강하게 비판의 각을 세울 필요성을 아마 절실히 느꼈을 것"이라며 "특히 윤 전 총장 입당 전 더 빠르게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점점 윤 전 총장을 비롯해 당내 주자들과 비판의 강도를 놓고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높다"며 "더구나 최 전 원장은 '선비'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오히려 '탈선비'를 통해 야당의 투사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최 전 원장은 이날 윤 전 총장에게 "계파 갈등은 국민과 당원을 불안하게 하고 정권교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공개 회동을 제안했다. 장외에서 국민의힘 세력을 흡수하는 윤 전 총장을 계파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최 전 원장의 대여 공세는 다음 달 초로 계획된 대선 출마 선언 전후로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에 근접하며 상승세가 뚜렷하고, 입당이 기정사실로 된 윤 전 총장과 비교해 '정권교체의 적임자'라는 선명성을 부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최 전 원장 대선 캠프 상황실장을 맡은 김영우 전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출마선언문에는 헌법정신과 정권교체 후 대한민국, 국민통합, 청년과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한 전반적인 비전과 철학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예방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문장원·조현정 기자 moon334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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