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촛불집회 사진을 꺼냈다. 정세균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 때 국회의장석을 지킨 모습을 내세웠다. 김두관 의원은 2002년 노 전 대통령과의 지방선거 유세 사진을 보여줬다. 본경선 돌입과 국민 선거인단 모집을 앞두고 열린 첫 TV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지지층 결집과 표심확보를 위해 호소하는 행보를 펼쳤다. 후보들은 범야권 후보를 묻는 말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을 꼽았다.
28일 민주당 예비경선 컷오프 이후 처음 열린 방송 토론회(MBN·연합뉴스TV가 공동 주최)에서 여당의 6인 주자들은 비교적 네거티브 공세를 지양하면서도 지지층 결집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정치 경력 중 가장 내세울 만한 사진을 꼽아 달라'는 요청에 이 지사는 2017년 초 문 대통령과 촛불집회 참석했던 장면을 내걸었다. 친문 진영의 경계를 받는 이 지사로서는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촛불정신을 구현할 적임자임을 호소, 친문 지지층을 모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낙연 의원은 2019년 겨울 강원도 고성군 산불사태 현장 점검 활동 사진을 들어 보였다. 3년여 동안 총리를 지내면서 획득한 국정운영 능력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전 총리는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의장석을 점거한 사진을 내걸었다. 친노 적장자로서 본인의 위상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읽힌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핵심 경제 공약인 지대개혁과 관련한 당대표 시절 본회의장 발언 모습을, 김 의원은 2002년 노 전 대통령과의 지방선거 유세 현장 모습을 내세웠다. 박용진 의원은 2020년 유치원 3법 통과 당시의 사진으로 본인의 정책 성과를 홍보했다.
특히 이들 6인에게 '범야권 후보로서 누구와 맞붙을 것 같은가'와 '본인의 필살기'를 꼽아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각각 2명씩 윤 전 총장, 유 전 의원, 홍 의원을 꼽았다. 이 지사와 이 의원은 윤 전 총장을 지목했고, 정 전 총리와 박 의원은 유 전 의원을 꼽았다. 추 전 장관과 김 의원은 홍 의원을 지목했다.
TV토론에 앞서 이날 오전 후보들은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원팀 협약식까지 열고, 날선 신경전은 자제하자고 다짐했다. 이에 이번 토론회는 우회적으로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형식 고착화와 정책검증 부실로 감정싸움이 재현됐다.
이 의원은 이 지사의 말바꾸기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회에 대한 태도가 오락가락"이라며 "재난지원금에 관해선 '날치기 하라'고 말했고, 여야 대표가 전국민 지원을 합의했다가 번복하니까 합의를 지키라고 비판했는데,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기니까 이번엔 합의를 철회하라고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중요한 것은 제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라는 점이고, 문제는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자고 하셨다가 지금은 또 사면에 반대하시고, 언론개혁에 대한 입장도 바뀌셨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는 이 의원을 향해 실적과 공약이행률을 문제 삼았다. 이 지사는 "정치인은 국민께 많은 약속을 하고 권한을 위임받는데, 주어진 권한으로 성과도 내야 한다"며 "이 의원님은 공직자를 오래 하셨는데, 공약 이행률은 우수하지 못하고, 국무총리도 하셨는데 그 권한 활용한 성과는 무엇이냐"고 공격했다.
이 의원은 "저는 2014년 7월 전남도지사에 취임해서 2015년 21개 공약 중 20개를 이행했다"며 "총리로 일할 때 조류 인플루엔자를 '살처분 제로'까지 만들었다"면서 "부족한 게 많지만 전남도는 2014년에 고용노동부의 일자리종합대상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후보 청문회 순서에선 정 전 총리가 이 의원을 향해 "노 전 대통령 탄핵 진실을 밝히라"고 추궁했다. 정 전 총리는 "최근 너무 치열하게 소위 네거티브성 토론을 하는 바람에 지지자들의 걱정이 크지만 정리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탄핵안에 대한 진실은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이 의원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탄핵에 반대했다"면서 "당시 민주당 내부의 고통을 잘 이해하실 것이고, 그것 때문에 제가 말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답했다.
28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MBN스튜디오에서 열린 본경선 TV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용진·정세균·이낙연·추미애·김두관·이재명 후보.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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