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최근 정부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남북 간 경제 협력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른바 정부의 '평화뉴딜' 구상인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미국에 남북 경협 사업 실현을 위해 일부 대북 제재 완화 조치를 다시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최근 정부 인사들이 잇따라 남북 경제 성장 가능성을 고리로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공고하게 제도화하는 것이야말로 남과 북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된다"며 "특히 대한민국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떨쳐내고, 사실상의 섬나라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연결될 때 누릴 수 있는 이익은 막대하다"고 밝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전날 한국정치세계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다시 3%대 이상의 중성장 궤도로 재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5위권 국가로서의 도약을 이 길을 통해서도 모색해 볼 수 있다"며 "현재 세계 10위권 규모의 여러 나라 중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을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는 평화경제 구상의 일환으로, 남북경협을 토대로 한 '평화뉴딜'을 제안한 것이다. 다만 여전히 대북 제재로 인해 경제 협력 사업의 통로가 막혀있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된다. 이에 따라 북한과의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을 토대로 실현 가능한 사업을 중심으로 일부 대북 제재 해제를 미국에 요청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이 장관은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넘어 향후 금융·석유 등 분야에서 대북 제재의 단계적인 해제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당시 철도·도로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이 이미 합의했던 경협이 의제로 거론되기도 했다. 한미 간 논의에 의해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이지만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의 경우 미국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성 김 대표가 방한할 경우 이러한 내용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 간 협력에 대한 미국의 지지 표명을 토대로 협력 사업들을 검토해 왔지만 구상 단계에서 그쳤다. 이번에는 한미가 공감대를 형성한 남북 협력 사업의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지 주목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한미가 남북 협력과 관련해 인도적인 사업부터 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제재 완화에 대한 대화가 초보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그것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그 다음 단계에서 철도 협력 부분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 교수는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대한 남북 간의 경제공동체, 평화공동체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발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게 '남북 관계는 특수 관계이고 역외가공 지역이라는 차원에서 개성공간, 금강산 등은 대북 제재에서 예외 조항이 좋겠다, 비핵화도 촉진시킬 수 있다' 이런 논리로 계속 설득하고 있다"며 "그 연장선상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북미 대화 재개가 급선무다. 비핵화 협상이 멈춰선 상황에서 국제사회 대북제재와의 관련성이 많은 남북 경협 방안을 본격 논의하기는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에게 우선순위에 있어서 북한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있다"며 "북미 관계에서 미국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제재가 해제될 수 있는 해법도 없다. 남북 경제협력이라는 것이 과연 현실성 있게 추진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남북 간 경제 협력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부-경제계 인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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