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조종사를 채용한다. 전 세계 주요 외항사들이 인력 수급을 하는 가운데 빠른 정상화를 위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대형항공사(FSC)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기존 인력 유지도 어려운 저비용항공사(LCC)은 신규 채용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LCC 업체들이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9일부터 2022년도 군 경력·민간 경력 신입 조종사 채용을 진행 중이다. 조종사 채용은 지난 2019년 말 이후 약 1년8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항공사 중 신규 인력을 뽑는 것은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대한항공의 인력 보강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화물 수요가 급증한만큼 화물기 주력 기종인 보잉 747·777기 운항에 필요한 조종 인력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앞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지난 1일 발표한 '세계 항공수송 통계 2021'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국제화물수송 실적은 80억9100만FTK(톤킬로미터)로, 글로벌 항공사 중 5위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분기 657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화물 실적을 기반으로 같은해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 보잉 747-400. 사진/대한항공
주요 외항사들도 신규 인력 채용을 통한 정상화 채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 4대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은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조종사 약 75명 채용을 시작으로 내년 여름까지 1000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할 계획을 내놨다. 아메리칸항공은 올해 350명의 조종사를 뽑고 내년까지 채용 규모를 1000명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오는 2026년까지 2만5000명의 인력을 보강한다. 이외에 중동 대형 항공사 카타르항공도 시장 상황 개선을 고려해 신입·경력직 객실 승무원 채용 공고를 냈다.
하지만 국내외 FSC와 달리 LCC 업계의 하반기 채용 계획은 전무한 상태다. LCC 업체들은 현재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기반으로 가까스로 기존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신규 채용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한 LCC 관계자는 "국제선 운항 노선이 축소된 데다가 기존 있던 기단도 반납하는 상황에서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며 "국내외 대형 항공사의 인력 채용이 시작되면서 우수 인력들의 이탈 조짐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난이 이어지면서 국내 LCC 4사는 올해 들어 유상증자, 무상감자,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자본잠식(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진 상태)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한 것이다.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 상태가 2년 이상 지속시 사업자 면허가 취소된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활주로에 저비용항공사(LCC) 소속 항공기들이 서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더 이상 LCC 업체들이 버틸 수 없을 것이라 우려한다. 특히 정부의 유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평균 임금의 70%에 달하는 휴업 수당의 90%를 지원) 지급이 내달부터 만료되면서 무급휴직으로 전환된다. 무급휴직의 경우 평균 임금의 50% 수준으로 지원된다.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은 항공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고용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금융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LCC 업체들을 위한 유동성 지원이 절실한 상황으로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LCC에 2000억원 가량의 금융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후 아무런 지원이 없는 상태"라며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수 조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 지급도 중요하지만 더 급한 곳에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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