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 대구와 인접한 인구 2만3000여명의 소도시인 경북 군위군. 일대는 중학생 이하 아동·청소년 1명에 65세 이상 노인이 8명에 달해 노령화지수(통계청 기준)가 전국에서 가장 높고, 약 30년 후에는 소멸 위험 지역 1위로도 꼽히는 곳이다. 주민들은 청년들이 졸업장을 받자마자 지역을 떠난다고 한탄할 정도다. 군위군은 최근 대구와의 통합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의 지방 마을 곳곳이 빠른 속도로 소멸되고 있다. 고령화, 저출산 문제가 본격화하면서 생산 가능 인구인 젊은 계층이 인프라가 미비한 지방을 떠나 수도권 대도시로 터전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도권은 인구가 폭증하면서, 지역 간 인구 양극화 현상도 더욱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사실 지방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는 '이촌향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1960년대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에 맞춰 지방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은 꾸준히 이뤄져왔다. 이는 급격한 산업화를 경험하는 세계의 주요 개발도상국들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문제는 최근의 지방 소멸 움직임이 과거처럼 국가 발전 과정에 따른 통과의례가 아닌, 1인가구 증가, 저출산 등 지역 존립과 직결되는 인구 구조 변화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시적 인구 감소로 지역 재정 자립도가 낮아져 인근 지역과의 통폐합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보다 근본적인 정부 차원의 해법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2047년 전국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수 상위 10곳. 표/뉴스토마토
13일 감사원의 '2021년 7월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229곳 시·군·구들 중 12곳은 '소멸위험지수' 상 '소멸 고위험 단계'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047년에는 소멸 고위험 단계 지역은 157곳으로 늘어나고, 약 50년 후인 2067년에는 전체 94.3%인 216곳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멸위험지수란 20~39세 여성인구 수를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이다. 소멸위험지수가 0.5 이상, 0.1 미만일 경우 '주의 단계'이며, 0.2 이상, 0.5 미만일 경우 '소멸 위험 진입단계', 0.2 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단계로 분류된다. 특히 경북 군위군, 전남 고흥군·구례군, 경남 산청군·합천군 등은 2047년 소멸위험지수 상위 지자체 5곳으로 꼽힌다.
이는 소멸위험지역의 경우 젊은 여성인구 수가 고령인구 수의 절반 이하인 상황에 놓여, 극적인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지역 인구 기반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렇듯 소멸 고위험 지역의 증가는 궁극적으로 국가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지방 소멸은 국가를 구성하는 지역 곳곳이 오랫동안 향유해 온 경제·사회·문화적 공동체 기반 자체가 송두리째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과 수도권 간 만연한 차별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한 선제적 균형발전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단편적인 발전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고, 아닌 지역 문화를 이해하고 지역 공동체를 살릴 수 있는 방향의 산업 육성을 통해 균형발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국 균형발전의 핵심은 결국 지역 특성을 감안한 양질의 산업 육성에 있다고 본다. 지방에 청년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가 균형발전을 목표로 세종시로 공공기관을 이전했지만, 다른 지방의 경제가 후퇴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의 지방 마을 곳곳이 빠른 속도로 소멸되고 있다. 13일 감사원의 '2021년 7월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229곳 시·군·구들 중 12곳은 '소멸위험지수' 상 '소멸 고위험 단계'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7월 전북 임실군 신덕면에서 벼 병충해 항공방제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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