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이 현재 수도권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주택 공급 부족을 꼽았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취득세 중과 등 과도한 세제 정책과 임대차 3법의 무리한 추진 등이 시장 왜곡을 불러왔다고도 지적했다.
정부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주택시장의 진단과 향후 전망 및 서울 도심 내 주택공급 방안'이라는 주제로 비대면 부동산 포럼을 개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포럼은 주택공급의 실질적 확대방안을 모색하고 현 주택시장을 진단해 향후 부동산 시장 흐름과 정책적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수도권 세부시장별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변동(출처:한국부동산원). 표/이창무 한양대학교 교수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창무 한양대학교 교수는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지난 7월 기준 87.3%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도 아파트값은 2019년 이후부터 상승장에 진입했고, 12·16대책 발표 이후에는 서울 동북권과 동남권이 시차를 두고 가격 오름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전세의 경우 서울과 경기 모두 2019년 후반부터 동반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2년간 서울은 38%, 경기는 44.2%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시행 이후에는 상승 속도가 더욱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연도별 주택 인허가 공급 물량(출처:국토교통부). 표/이창무 한양대학교 교수
이 교수는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 원인이 결국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 시기 수도권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연간 최대 43만가구까지 늘어난 반면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뉴타운 출구 전략'이 서울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과거 2012~2018년 총 393곳의 뉴타운을 해제했는데, 이로 인해 증발한 아파트는 총 25만가구에 이른다.
이 교수는 "서울시 아파트 신규 공급 대부분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이뤄진다"며 "여기에 재건축 관련 규제 강화로 서울 내 주요 입지의 재고 아파트 희소가치만 높아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비사업 해제로 인한 신규 아파트 공급 급감은 주택 가격 상승 원인을 제공하고, 정비사업을 억제하는 정책과 수도권 내 신도시 및 공공택지를 지속 공급하는 정부 정책이 맞물려 서울 대도시권의 공간구조가 비효율적으로 개편됐다"고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서울 주요 도심에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서울시의 경우 이미 재개발 도시로 변모한 지 오래됐다"며 "변모한 주택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방안은 정비사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혜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 역시 "주택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며 현재 높은 집값은 늘어난 주택 수요를 시장이 소화하지 못하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했다.
윤 연구원은 "기존 주택의 공급물량 감소는 1주택자의 매도 어려움, 2주택자의 취득세 중과 이슈, 다주택자의 증여 전환 등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공급물량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및 정부의 신규 택지 지정 등으로 2~3년 후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충분한 물량이 공급돼야 비로소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포럼에는 이 교수와 윤 연구원을 비롯해 오지윤 KDI 박사, 문윤상 KDI 박사, 이수욱 국토연구원 박사, 박천규 국토연구원 박사,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가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각 주제별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주택시장의 진단과 향후 전망 및 서울 도심 내 주택공급 방안'이라는 주제로 부동산 포럼을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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