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버려지는 굴·조개 껍데기를 일컫는 '패각'을 철 생산 부원료로 재활용한다. 버려진 패각을 제철 공정에 활용할 경우 비용 절감과 함께 소나무 약 3억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41만톤(t)가량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현대제철(004020)과
포스코(005490)는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재활용환경성평가 승인을 획득하면서 패각을 제철 부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16일 밝혔다. 승인은 여수 지역 패각 가공사인 여수바이오가 받았으며, 현대제철은 이 업체와 함께 패각을 제철 공정에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연구해왔다.
패각은 철강 생산 과정 중에서도 '소결 공정'에서 사용된다. 소결 공정은 철광석을 고로(용광로)에 투입하기 전 단계다.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고로에 투입하기 위해 '소결광'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으로, 소결광은 고로에 투입하기 좋은 크기인 5~50㎜로 철광석을 뭉친 것을 말한다. 소결광을 만들기 위해선 석회석이 필요한데, 이번 승인으로 석회석과 성분이 비슷한 패각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은 2014년부터 패각을 석회석 대체재로 사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2019년 여수바이오와 석회석 대체용 패각 생산을 위해 협업했고 지난해 9월 모사 실험을 통해 품질과 환경에 대한 영향 평가도 마쳤다.
제철소에서 그동안 패각을 재활용하지 못했던 건 '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에 따라 사업장폐기물로 규정돼 재활용할 수 있는 유형이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법률이 개정되면서 길이 열리게 됐다.
길가에 버려진 패각. 사진/뉴시스
제철소가 석회석 대체재로 활용하면 비용 절감은 물론 방치된 패각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패각은 전국적으로 매년 30만~35만톤씩 쏟아지는데 그동안 일부만 사료나 비료로 활용되고 약 23만톤은 어촌 지역에 방치돼왔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경남과 전남 어촌에는 패각 폐기물 92만톤이 수년째 방치돼 있으며 이는 폐수와 분진, 냄새를 유발해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이번에 철강업계가 제철 공정에서 패각을 재활용하면 지역 환경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은 패각과 석회 부산물을 혼합해 생석회를 제조하는 기술 개발도 완료했다. 생석회는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강철로 만드는 제강공정에서 부원료로 쓰인다.
패각만을 가공해 생석회를 만드는 포스코와 달리 현대제철은 석회석 세척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폐수)까지 재활용해 생석회를 만든다는 것. 이 기술은 이르면 내년 말부터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해양수산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지난 7월 수산 부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수산 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패각 폐기물 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나아가 산업 경제성 향상과 연안 환경보호를 골자로 하는 5개년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제도·연구개발(R&D)·인프라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향후에도 패각 공급업체뿐만 아니라 지자체와도 긴밀히 협업해 폐자원 선순환을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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