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대세론에 복병이 등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를 겨냥한 화천대유 등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이낙연 후보의 '안전한 후보론'이 지지층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지, 또 이로 인한 민주당 경선 판세 변화에 여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각 캠프에 따르면 이낙연 후보는 내심 상당한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이재명은 불안한 후보, 이낙연은 안전한 후보'라는 본선을 의식한 이낙연 후보의 전략이 추석 밥상 민심을 흔들고 그 직후 펼쳐질 호남 대첩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이재명 후보는 최근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세론에 제동이 걸렸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대장동 일원 96만8890㎡(약 29만3089평)에 5903가구를 개발하는 1조1500억원 규모로, 2015년 이재명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SDC) 주도로 추진됐다. 특히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 업체가 4999만5000원의 출자금으로 수백억원대 배당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재명 후보는 "5503억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화천대유가 총 577억원 배당금을 받은 데 대해선 "5503억원 상당의 개발이익을 성남시에 공유하기로 했고, 이후 이익을 어떻게 나누든 얼마를 부담하든 관여할 바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후보의 이 같은 부인에도, 의결권을 가진 성남시에서 이익 부담에 대해 모를 수 없다는 이유로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공수처 수사', '특검' 등을 요구하며,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후보 견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경쟁자이지만 같은 당 소속임을 의식, 직접적으로는 대장동 개발 의혹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자칫 실수할 경우 당 안팎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 대신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불안한 후보 대신 안전한 후보를 선택해 달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내며 다가올 호남 경선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호남권 경선은 이낙연 후보에게는 물러설 수 없는 전장이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이재명 쏠림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선거인단 또한 전체 30%에 육박하는 20만3천여명의 표심이 걸려 있다. 이낙연 후보는 호남 대승을 시작으로 그간 완패의 흐름을 뒤집고 결선투표로 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낙연 후보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광주 시민들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는 등 호남 민심 공략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저는 본선에 강한 후보"라며 "광주가 결선투표를 만들어 주신다면 제가 민주당의 본선 후보가 돼서 광주 시민께 가장 먼저 대선 승리를 보고드리겠다"고 설득했다.
국회의원직 사퇴를 통한 절실함도 내세웠다. 이낙연 후보는 광주 현장캠프 의원단회의를 통해 "저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며 "호남의 명령에 따라 호남인들이 '너는 이제 그만하라' 그러면 역할이 끝난다. 호남인들이 '좀 더 봉사하라'고 하면 봉사하겠다"고 했다. 당초 의원직 사퇴는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치쇼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당 지도부와 국회의장을 설득한 끝에 의원직 사퇴도 현실로 만들었다. '돌아갈 곳이 없다'는 배수진이 쳐진 것.
여기에다 정세균 후보의 중도 사퇴로 친문 표심이 이낙연 후보에게 쏠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대표적인 호남 출신 정치인으로, 친문계의 두터운 지지를 받아 왔다. 이들 지지층에 교집합이 있었던 만큼 정 후보 지지층이 이낙연 후보 지지로 선회할 수 있다는 바람인 셈이다. 당장 친문계 지지 선언도 나왔다. 대표적 친문계로 분류되는 홍영표·신동근·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이날 이낙연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이들 의원들은 친문의 상징성을 의식, 그간 대외적으로 중립을 지켜왔다.
이낙연 후보가 다각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호남 대첩의 결과를 예단하지 않고 있다. 박병석 정치평론가는 "이낙연 후보에게는 호남이 마지막 기회다. 다만 호남은 전략투표를 하는 곳으로, 정권재창출을 위해 본선 경쟁력을 먼저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대세는 명확하게 이재명 후보인데 앞선 결과를 모두 무시하고 이낙연 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개발 의혹도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장동 개발 의혹은 이재명 후보가 선거를 할 때마다 나온 이슈로, 과거에 검찰이 수사까지 진행했던 사안"이라며 "국민들에게는 대장동 개발 의혹이 김부선 이슈와 같이 주장만 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가 검찰에 오히려 수사를 촉구하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판세를 바꾸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봤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장동 개발 의혹이 연일 논란이 되면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의원인 16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지지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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