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라이다(LiDAR) 도입을 놓고 자동차업체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인식률이 높아 안전성을 높이는데 필수적이란 주장과 카메라만으로 자율주행이 구현 가능하다는 의견이 부딪히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를 비롯해 폭스바겐, 볼보 등은 최근 라이다를 적용한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미국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에 상업용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해당 차량에는 라이다를 포함해 최소 30개 이상의 센서가 탑재됐다.
라이다는 '레이더(radar)'와 '라이트(light)'의 합성어로 빛을 발산해 주변 물체의 형태와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라이다는 전파를 활용하는 레이더에 비해 작은 물체도 감지할 수 있으며 정확한 3D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다.
폭스바겐도 이달 초 열린 'IAA 모빌리티'에서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 미니밴 'ID. 버즈'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ID.버즈에는 라이다 6개, 카메라 14개, 레이더 11개가 장착됐다. 특히 차량 지붕에 달린 고성능 라이다는 400m 전방 물체를 감지하고 빛 감지 능력을 끌어올린 '가이거 모드' 기술이 적용됐다. 볼보도 내년부터 자율주행차 플랫폼에 라이다제조업체 '루미나’의 제품을 적용할 예정이다.
반면 자율주행 선도기업인 테슬라는 라이다 없이 8개의 카메라와 신경망 처리로만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상황이다. 테슬라는 라이다를 배제한 이유로 가격이 비싸고 소비전력이 크다는 점을 꼽고 있다. 또 현재 자율주행기술의 한계를 인공지능(AI) 활용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공식 석상에서 "라이다는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며 "라이다에 의존하는 회사들은 앞으로 불행해질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라이다는 모든 센서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품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높은 가격이 단점"이라며 "당분간은 테슬라는 라이다를 쓸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테슬라 차량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가 라이다의 도입을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달 테슬라 차량의 교통사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작동하던 중 발생한 사고 11건도 포함됐다.
라이다가 장착된 현대차의 아이오닉5 로보택시 사진/현대차
라이다 가격의 하락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로 제품 개발 초기인 2010년에는 라이다 1대당 가격이 7만5000달러(약 8500만원)에 달했던 가격이 올해 기준 10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따라서 테슬라가 보다 높은 안전성 확보를 위해 라이다 진영에 결국 합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가 발간한 '자율주행 차량의 국내외 개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 차량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5만대에서 2040년 약 33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센서,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한 자율주행 차량 전체 제조비용이 기존 자동차 대비 낮아지는 2025~2027년 이후 자율주행차의 보급률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 개발을 통해 라이다의 원가를 내리는 것이 관건"이라며 "결과적으로 규모의 경제효과도 있고 카메라, 레이다, 라이다 3개를 다같이 믹스해서 쓰는게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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