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최유라·배한님 기자]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메타버스에 집중하고 있는 배경에는 'MZ세대'와의 소통이 있다. 소비의 주력군으로 부상한 MZ세대가 메타버스 세계에 열광하고 있는 만큼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메타버스에 올라타는 것은 일면 자연스런 선택이다.
장미빛 시장 전망에 기업들의 참여 행태도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체험형 서비스들을 내놓는 것에서 더 나아가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거나 경제 생태계 구현 등 인프라 확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발 맞춰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에 팔을 걷었다.
27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시스(SA)에 따르면 전세계 메타버스 시장은 2025년 2800억달러로 지금보다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는 메타버스가 증강현실(AR) 혹은 가상현실(VR) 시장에 미칠 직·간접적 파급효과까지 모두 고려한다면 10배에 달하는 시장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9년 455억달러(약 53조원)으로 집계된 관련 시장 규모가 2025년 4764억달러(약 559조원), 2030년에는 1조5429억달러(약 1812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지금까지의 메타버스 서비스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중심의 게임, 생활·소통 영역에서 강점을 보였다면 앞으로는 B2B(기업간 거래), B2G(기업과 정부간 거래) 분야로도 영역을 넓히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미국의 SF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발표한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언급된 메타버스는 가상의 세계를 주요 배경으로 아바타라는 가상 캐릭터의 이야기를 전개했다.
2003년에는 미국에서 등장한 가상현실 서비스 '세컨드라이프'가 인기를 끌며 메타버스가 재조명됐다. 메타버스는 스노우 크래쉬 때보다 시각적으로 개선됐고 아바타로 변신한 사람들은 다른 아바타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친목 활동을 했다. 이 때에도 기업들은 가상 공간 안에 광고판을 설치하거나 가상 매장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하지만 세컨드라이프는 PC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이라 공간의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었고, 내부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실생활과 연결지을 시스템도 부족했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메타버스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다시 급부상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가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자 메타버스를 교류의 장으로 택하기 시작한 까닭이다. 이들은 메타버스를 일종의 게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직접 경험해보는 것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징과도 맞닿아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는 '또 다른 나'인 아바타를 꾸밀 수 있어 최근 한창 이슈가 됐던 '부캐 열풍'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 인터넷 메타버스를 향한 골드러시' 보고서에서 "MZ세대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으며 가상 세계 속 인간관계와 현실 세계 속 인간관계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게임과 친숙한 MZ세대는 게임을 단순한 놀이 수단이 아닌 소셜 활동의 무대로 여긴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환경에서 기존 게임 등 플랫폼 제작에 활용됐던 게임 엔진이 전 산업과 사회 분야로 확산 및 적용되면서 메타버스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은 지난 7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공개했다.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200만명에 달하는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 네이버(
NAVER(035420)) 제페토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제페토가 게임 요소를 갖춘 일상적인 모임 커뮤니티에 좀 더 가깝다면 이프랜드는 세미나, 컨퍼런스 등 업무에 특화됐다. 동영상이나 PPT 발표 자료, 문서 등을 공유하기 쉽고 한 공간에 130여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교부의 '2021 서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 D-100 기념행사', 과기부의 범부처 합동 '제 12차 디지털 뉴딜반 회의' 등 최근 진행된 정부의 메타버스 행사가 대부분 이프랜드에서 열렸다. 이에 힘입어 이프랜드는 2개월만에 누적 이용자 수 350만명을 기록했다.
LG전자(066570)는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의 프리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다. 이번 투자에는 LG전자 외에도
펄어비스(263750),
NHN(181710),
컴투스(078340), JTBC스튜디오 등 주요 IT·미디어 기업이 함께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버추얼 프로덕션 솔루션 개발 등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어 메타버스를 현실로 연결해주는 핵심 하드웨어 'LED 월' 공동 개발 등을 위한 기술 협업을 약속했다. 현재 하남에는 공동 연구개발(R&D) 센터도 건립 중이다.
이 외에 넷마블에프앤씨가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컴투스가 '위지윅스튜디오'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다수의 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메타버스 분야로의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메타버스 생태계 형성을 위해 팔을 걷었다. 무한한 확장력을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음은 물론,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메타버스 산업을 키우기 위함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디지털 뉴딜 분야 예상 투자액을 기존 44조8000억원에서 49조원으로 확대했는데, 디지털뉴딜 2.0에서는 실감미디어 기술이 융합된 메타버스 산업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이동통신사와 미디어 기업, 기관이 참여하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여기에는 이통3사와 현대자동차(
현대차(005380)),
CJ ENM(035760), 네이버랩스 등을 초기 회원사로 이름을 올렸으며 메타버스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들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받아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과 핵심 기술 개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제12차 디지털 뉴딜반 회의' 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김진양·최유라·배한님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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