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전선업체, 구리값 상승에 '울상'…"매일 생존게임"
톤당 9000달러로 전년비 41% 급증
원재료값 부담에 공장 가동률 15% 떨어져
2021-09-30 16:06:45 2021-09-30 16:06:45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매일매일 생존게임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면 중소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70%까지 떨어져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30일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구리가격이 1년이 넘도록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공장을 100% 정상가동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29일 기준 구리 현물가격은 톤당 9227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1% 상승했다. 
 
중소전선업체가 구리값 상승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LS전선 해저 케이블. 사진/LS전선
 
구리 가격은 지난해 3월 4700달러대로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타다가 올해 5월 1만700달러선을 돌파했다.이는 지난 11년 내 최고치다. 최근 들어 9000달러대로 떨어졌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구리는 전선 원가의 60%를 차지하는 중요한 원재료로 그 가격은 전선업체 실적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전선업체는 전선 납품계약시 넣은 '에스컬레이션' 조항 덕분에 구리 가격이 오를 수록 매출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이 조항으로 구리 값이 상승하면 이에 맞춰 제품 판매가격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계약에 이 조항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재료값 상승을 대비해 업체들의 피해를 막는 장치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에스컬레이션이 적용으로 구리값 상승시 매출이 확대되는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선업계가 구리값 상승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대형사와 중소업체에 따라 입장이 완전히 엇갈린다. 
 
대규모 프로젝트 위주로 수주하는 LS전선, 대한전선(001440) 등 대형업체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적용받지만 중소형 업체는 이 조항이 포함된 계약이 많지 않다. 중소업체는 당월 생산한 제품을 당월 납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철저히 을의 입장에 있는 중소업체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에 대해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다"며 "우리는 구리값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중소전선업체가 구리값 상승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 사진/대한전선
 
전선업체는 원재료를 사들일 때 담보를 제공해 외상구매 하거나 현금을 지불한다. 그런데 구리 가격이 오르면서 원재료 확보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몸집이 작은 중소업체가 담보를 추가로 제공할 여력도 없다. 
 
결국 구리 수급 불균형으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15%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구리가 없어 조업을 단축하는 업체도 있다"고 우려했다. 
 
설상가상으로 구리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유럽에선 구리값 상승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원재료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환율도 치솟으면서 중소업체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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