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규제 여파로 1·2금융에서 대출이 거절되면서 대부업을 이용하는 고신용자가 늘고 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가계신용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대부업권(신용대출 취급하는 35개사)에서 20% 이하 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는 6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고객 중 7.1%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 차주의 대출잔액은 2000억원에 달했다. 1인당 약 3200만원씩 자금을 충당한 셈이다.
나머지 20% 초과 금리로 대출받은 고객은 81만9000명이다. 고금리로 자금을 빌린 차주의 대출잔액은 4조2000억원이었다.
대출 평균금리가 24%에 육박하는 대부업계에서 연 20% 이하의 금리로 신용대출이 취급된 것은 1·2금융에서 대출이 막힌 차주들이 넘어간 탓으로 분석된다. 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의 일환으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DSR은 소득 대비 모든 원리금 상환액을 나눈 지표로, 지난해 연소득 8000만원인 자가 1억원 이상 대출을 받을 경우 시중은행과 비은행권에서 각각 60%, 40%의 차주별 DSR을 적용했다. 아울러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주문하면서 금융회사들은 대출 한도를 낮추고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반면 대부업계에선 DSR 규제 적용에 자유롭다. 대출 한도를 초과하더라도 대부업에선 DSR 규제를 받지 않아 추가 자금 마련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규제 차이가 발생하자 지난 2분기에는 한 자릿수대의 금리로 대부업체에서 신용대출이 실행되기도 했다. 애니원캐피탈대부에서 9.9%의 금리로 추가·재대출이 이뤄졌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에선 14.9%의 금리로 추가·재대출이, 티포스코퍼레이션대부에선 15%의 연리로 신규대출이 체결됐다.
당국이 하반기에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고신용자들이 대부업을 이용하는 사례는 더 잦아질 전망이다. 최근 당국은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에서도 대출 총량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내전 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4%로 설정했다. 여기에 1·2금융 간 DSR 규제 차익을 없애고 단계적으로 DSR 적용 차주 범위를 확대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급격하고 일괄적인 대출 규제를 적용할 경우 소비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거시경제 위험 요인이 되기 때문에 규제하는 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원만하게 예전부터 규제를 해야 하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하려니까 (차주가)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전성 규제를 하되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금융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부업에서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고신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대부업체 점포 간판.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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