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시중은행 대출 규제로 우량 고객 확보에 열을 올렸던 지주계 저축은행이 총량 규제 타깃이 되면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수신금리를 낮춰 대출 재원을 축소하고, 연체채권을 매각해 대출 증가율 관리에 돌입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신한·KB·우리금융·하나·IBK·BNK·NH) 가운데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총량규제 목표치인 21.0%를 넘어선 업체는 4곳으로 집계됐다. KB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38.2%를 기록했다. 신한저축은행도 26.9%로 확인돼 기준치에 비해 약 6.0%p 높았다. BNK저축은행과 NH저축은행은 각각 36.3%, 23.4%의 증가율을 보였다.
올 초 시중은행 연계 대출로 우량 고객을 공격적으로 확보한 지주계 저축은행이 총량규제에 타깃이 되면서 영업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 우선 과거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수신금리를 높였던 반면 최근에는 잇따라 금리를 인하하는 추세다.
신한저축은행은 지난달 24일 정기예금 금리를 인하했다. 기존 만기 12개월 이상 상품의 예금은 2.5%였지만 2.2%로 0.3%p 내렸다. 우리금융저축은행도 지난달 말 12개월 이상 비대면 정기예금 금리를 2.42%로 종전보다 0.2%p 낮췄다.
총량규제 준수를 위해 연체채권 매각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대출 채권을 매각하면 잔액이 줄어 대출 증가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KB저축은행은 6월과 9월에 두 차례에 걸쳐 대출채권을 매각했다. 6월에는 개인회생 인가 및 신용회복 확정 채권을 애플자산관리대부에 넘겼다. 9월에는 베델자산관리대부에 일부 채권을 양도했다.
신한저축은행도 6월 한밫자산관리대부에 부실채권을 팔았다. NH저축은행도 총량 규제 방침이 내려온 이후 7, 8월 연달아 담보연체채권 매각 계약을 대부업체와 체결했다.
당국이 내년에도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지주계 저축은행의 장기적인 영업 계획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 초만 해도 지주계 저축은행들은 중금리 대출로 자산을 확대해 상위 업권으로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KB저축은행은 오는 2023년까지 상위 5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도 업권 10위권에 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상황이 바뀌자 업체들은 고객 유치보다는 규제 준수에 무게를 두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가계대출 취급이 사실상 막히면서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업대출 위주로 공급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한 지주계 저축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 대출이 많이 나가서 신규 대출은 사실상 거의 취급 안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득 대비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대출 관련 마케팅 환수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기업대출 위주로 영업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주계 저축은행들이 대출총량 규제 여파로 공격적인 기조에서 관리 위주의 영업 전략으로 바꾸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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