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A(36세) 씨는 내년 초 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두 달 전 집주인으로부터 계약갱신 거절을 통보받은 A씨는 당장 새로운 전셋집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1년 사이 인근 전셋값이 1억 이상 오르고 전세매물까지 줄고 있어 고민이 이만저만 아닌 처지가 됐다. 내년 이사 시점을 놓고 A씨는 반전세나 외곽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이달 초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정부가 제시한 당초 목표치인 6%에 다가가면서 하반기 최악의 '대출 보릿고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7일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703조44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670조1539억원)보다 4.97% 늘어난 규모다.
은행별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 보면 NH농협은행이 7.14%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하나은행이 5.23%, KB국민은행 5.06%, 우리은행 4.24%, 신한은행 3.16% 등으로 뒤를 이었다.
집값·전셋값 상승으로 인한 하한기 대출 증가가 예상되면서 은행들도 서둘러 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이미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일찌감치 전세대출 중단에 들어갔고,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 등도 가계 대출 상품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몇 달 내 전세금을 올려주거나 새로운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자금 계획 자체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정부가 전세대출 규제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민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전세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될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경우 대출자의 소득에 대출 가능 금액이 연동돼 대출액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실수요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나 일부 서민들의 경우 자금 조달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5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이달 발표하는 대책에 가능한 서민, 취약계층, 실수요자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만들겠다"면서도 "서민에 대한 집단대출과 전세대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1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지난 4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외벽에 전세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