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삼성SDI(006400)가 스텔란티스와 미국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한다. 오랜 침묵을 깨고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미국 자동차 회사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 협력 업무협약(MOU)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미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이후 4개월 만에 파트너사가 확정됐다.
삼성SDI 기흥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양사는 미국에 합작사 설립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에 돌입할 계획이다. 첫 미국 배터리 셀 공장은 수십 기가와트시(GWh) 규모로 향후 생산능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합작법인의 규모, 위치, 준공 시기 등 세부사항은 양사가 막판 협의을 통해 결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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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삼성SDI는 오는 2025년 7월로 예정된 신북미자유협정(USMCA) 발효를 앞두고 적기에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할 수 있게 됐다. USMCA에 따라 완성차 업체가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요 소재·부품의 75%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해야 한다. 이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공장 착공에 들어가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규 공장 설립에 따라 삼성SDI의 생산 거점은 총 4곳으로 늘어난다. 현재는 국내 울산, 중국 시안, 유럽 헝가리 괴드에 전기차 배터리셀 공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 미시간주 오번힐스에 배터리 공장이 있지만 이는 팩·모듈 조립 공장으로, 국내 등 주요 거점에서 생산한 셀을 들여와 현지에서 팩과 모듈로 조립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한다. 미국 시장 진출로 세계 전기차 3대 시장(중국·유럽·미국)에 각각 셀 생산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의 피아트, 지프 등의 브랜드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지프의 '랭글러 4xe' 전기차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승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스텔란티스는 2025년까지 전기차 개발·양산에 300억유로(한화 약 41조2947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협력사 중 하나로 삼성SDI를 언급해왔다. 향후 양사 간 협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지난 1월 19일 미시간주 오번힐스에 있는 크라이슬러 기술 센터 밖에 있는 스텔란티스 표지판. 사진/뉴시스
삼성SDI는 초격차 기술 개발과 적기 투자 전략에 따라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의 균형을 맞춰왔다. 미국 투자로 올해 시설투자(CAPAX)비는 전년(1조5719억 원) 대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R&D 부문 투자는 전체 매출의 7.16%에 해당하는 8080억 원이었다. 젠5(Gen.5),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입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의 차세대 고성능 전기차용 배터리 젠5는 지난달 초부터 헝가리 법인에서 양산 중이다. 생산된 배터리는 BMW를 시작으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된다.
젠5는 혁신적 소재 기술과 신공법이 적용돼 에너지밀도는 높으면서 재료비는 약 20% 이상 절감했다. 양극은 니켈 함량 88% 이상의 하이니켈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술이, 음극은 독자 기술인 실리콘 음극이 특징이다. 젠5는 한번 충전에 6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해 전기차 보급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투자와 젠5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삼성SDI의 중장기 배터리 사업 성장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3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전년 동기보다 18.3% 증가한 3조6511억 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7757억 원) 대비 30% 이상 증가한 3조3343억 원을 달성했다. 특히 2분기 중대형 전지 부문은 1분기 적자를 상쇄하는 규모로 첫 흑자 전환하면서 올해 연간 흑자 달성도 점쳐진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성 초점 전략이 맞물리면서 고성장의 토대를 확보한 측면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스텔란티스가 국내 1·2위 배터리 업체와 손을 잡은 만큼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은 스텔란티스와 북미 지역에 연간 4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 모듈 생산 능력을 갖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개 이상의 배터리 제조사와 복수의 합자사를 하는 최초의 선례로, 스텔란티스 자체가 계열사마다 다른 전지 형번을 쓰는 고유한 특성 때문"이라며 "이 경우 주력 단전지 신규화가 최근에 이뤄진 배터리 제조사가 더 유리한데, 구체적인 캐파와 채택 자동차 모델과 배터리 형번이 결정됨에 따라 어느 배터리 제조사가 비교우위에 있을 수 있을 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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