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서민층의 대표적인 정책금융상품 중 하나인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적격대출이 최근 은행 창구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실수요층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규제인데다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천안시에 3억4000만원짜리 구축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한 직장인 A씨는 최근 정부의 정책금융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당초 A씨는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을 신청할 생각이었지만 소득 기준 제한에 걸리면서 적격대출을 알아봤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은행들이 적격대출 취급을 일시 중단한 탓이다.
A씨는 “주거래 은행에 확인해보니 적격대출 뿐만 아니라 아예 주택담보대출 자체를 정부에서 막았다고 하더라”면서 “전세 세입자들만 실수요자이고 아파트 매매 잔금 치르는 사람들은 실수요자가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적격대출은 무주택자 또는 처분 조건을 둔 1주택자가 주택가격 9억원 이하일 경우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장기 고정금리 대출 상품이다. 보금자리론이나 다른 정책 상품보다 금리는 높은 편이지만 소득 제한이 따로 없는 등 대출 조건이 덜 까다로워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적격대출은 은행에서 취급하는데, 대출이 실행되면 주금공이 이를 양수해 MBS(주택저당증권)를 발행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양수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적격대출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정책자금 축소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가계부채 관리 뿐만 아니라 집값 안정화 측면에서 회의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관리 부분에선 분명히 필요하긴 하다”면서도 “집값을 잡는 데에는 20~30%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지만 궁극적으로는 공급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 입장에선 정책자금 대출이 남는게 많이 없기 때문에 굳이 적극적으로 취급할 유인은 떨어진다”면서 “정부 방식이 다소 과격하고 억지스럽긴 하다”고 지적했다.
주금공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공급된 적격대출은 4조561억원에 달했다. 올해 총 공급 규모는 8조원이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8조원이 모두 소진될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격대출은 창구 판매를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완판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면서 “하지만 은행들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판매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SC제일은행에 걸려있는 주택담보대출 현수막 모습.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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