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금리 인상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우리나라도 '1% 기준금리'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보다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해법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으로서는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반면, 치솟는 대출금리를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과 빚으로 버티는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호소가 잇따르면서 금리인상 회복도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9일 한은에 따르면 이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올린 0.75%로 정한 이후 10월에는 동결한 상태다. 이달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오른 1% 조정이 유력해지고 있다.
앞서 이주열 총재가 여러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입장을 밝혀왔다. 또 국내 실물경제 흐름이 좋지 못한 점과 미국이 본격적인 테이퍼링을 개시한 점 등을 미뤄볼 때 이달 한은의 금리 인상은 유력시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연준이 내년 6월 무렵 테이퍼링을 종료하고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선제적인 기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다.
내년 3월 이주열 총재 임기가 종료되고 대통령 선거까지 있는 점을 고려할 경우 올 겨울이 금리 인상의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이 시기에 기준금리가 코로나 이전 수준인 1.25% 안팎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경기가 이미 작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 상승 등이 목표치를 상회하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 기조 유지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달 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까지 게재됐다. 금융 기관들이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취약 계층의 금융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물가나 가계 부채를 잡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DI는 고부채 국면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물가 상승률과 부채 증가율을 하락시키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은 최대 0.15%포인트 하락하고 저부채 국면(-0.08%포인트)보다 금리 인상의 부정적 영향도 2배 정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내부에서조차도 회의적인 입장이 나온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통화 완화를 주장하는 한 금통위원은 "올해 4% 성장이 실현되고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돌더라도 이를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로 삼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국내총생산(GDP) 또는 GDP갭과 같은 총량 지표만 보고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한다거나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긴축 전환을 서두르면 경제 회복의 탄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인플레이션 원인은 저금리보다는 원자재 가격 인상 등에 따른 것이다. 한은이 금리를 높인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오히려 물가와 금리가 함께 오르는 상황이 이어지면 취약계층의 경제 활동을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조언했다.
9일 한은에 따르면 이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의 한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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