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보이스피싱)①요소수 팔이부터 경찰·검찰 사칭까지
KT 사칭 착신 전화 가로채…범죄 피해액 5배 이상 증가
2021-11-18 07:00:00 2021-11-18 07:00:00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인해 대출 벽이 높아진 서민층을 노린 보이스피싱이 최근 들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범죄수법도 다양해진 가운데, 경찰이나 검찰을 사칭하는 기존 방식 외에도 최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요소수를 이용한 범죄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의 완전 예방은 어려운 만큼, 금융 소비자 개개인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한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전라북도 익산의 한 요소수 제조업체에는 KT를 사칭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남성은 “회선 공사를 해야 한다”며 “공사하는 동안에 사무실 전화를 다른 번호로 착신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가 전화번호 착신을 전환한 사이 보이스피싱 조직은 회사로 걸려온 전화를 가로채 판매자인척 하며 요소수 구매 희망자들에게 “요소수를 대량으로 팔 테니 돈을 입금하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구매자 5~6명은 구매 대금 8000여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인 A씨는 최근 '재난지원금 대출 승인 안내'란 제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해당 메시지에는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까지 연 금리 1.5%~3%의 조건으로 대출을 해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A씨도 현혹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자 내용을 다시 유심히 본 A씨는 재난지원금을 대출해준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어 해당 금융기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문자 메시지 내용을 확인해본 결과 보이스피싱이란 걸 알게 됐다.
 
A씨는 “처음엔 문자 내용이 일반 금융기관에서 오는 것들과 형식이나 양식이 비슷해서 진짜인줄 알았다”면서 “요즘처럼 다같이 힘든 시기에 어려운 사람들을 등쳐먹으려는 범죄가 아직도 횡행하는 것을 보니 씁쓸하기만 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은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 1468억원에서 2017년 2470억원, 2018년 4040억원, 2019년 6398억원, 2020년 7000억원으로 5년새 약 5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문자를 받으면 해당 번호로 절대 전화하지 말고 담당 기관 대표 번호로 직접 연락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금융당국도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게끔 사전에 홍보와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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