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만 18세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90%를 넘겼으나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 규모를 경신하면서 집단면역은커녕 방역 구멍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중증 환자 수도 연이틀 500명대를 넘기는 등 의료 체계의 불안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의 방역상황 응급조치인 '비상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도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1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92명이다. 이날 확진자 수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종전 최다규모였던 지난 9월 25일 3270명보다 22명 많은 수치다.
지난달 전 국민 백신접종률이 70%를 달성하면서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이달 1일부터 시작한 바 있다. 하지만 높은 국민 백신접종률에도 확산세는 여전히 꺽이지 않는 모습이다. 확진자 수는 전날인 17일 3187명에 이어 이틀 연속 3000명대를 기록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위중증 환자도 연이틀 500명대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12일~18일) 평균 위중증 환자 수는 491명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 첫 주(10월 31일~11월 6일) 365명보다 126명 크게 늘었다.
확진자 급증의 원인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돌파감염'으로 풀이된다. 전파력이 비변이 대비 2.4배 더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현재 국내 우세종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지난 6월 4주 전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중 3.3%에 불과했지만, 지난 16일 기준 전체 확진자의 99.9%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돌파감염 사례도 매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돌파감염 첫 사례 2명이 발생한 이후 5월 7명, 6월 116명, 7월 1180명, 8월 2764명, 9월 8911명, 10월 1만6095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1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92명이다. 사진은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뉴시스
◇ 돌파감염 원인…"시간에 따른 접종효과 감소"
질병관리청이 국내 20~59세 접종완료군을 대상으로 중화항체(예방 효과를 유도하는 항체) 생성 비율을 분석한 결과, 모더나와 화이자 접종자는 100%, 아스트라제네카(AZ)와 교차 접종자는 99%, 얀센 접종자는 90% 항체가 생성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항체 지속기간이다. 화이자 접종자의 경우 5개월, AZ 접종자는 3개월까지 일정 수준으로 항체가가 유지되다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기본접종 완료 후 4개월이 지난 고령층에서 돌파감염 발생률과 중증화율이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인구 10만명당 돌파감염 발생률은 80세 이상이 183.4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70대 153명, 60대 150명 순이다. 위중증 환자 중 고령층의 비율은 10월 2주 64.7%였지만 10월 4주차 74.2%, 이달 2주차 82.1%까지 치솟았다.
최은화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7일 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국내와 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기본접종 효과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나이가 많을수록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대부분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해 상대적으로 접종 효과가 더 낮은 상태에서 시간이 경과하면서 효과가 더 감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92명이다. 사진은 최은화 위원장 모습. 사진/뉴시스
◇ 수도권 중환자 병상 '초비상'…"일상회복 준비 미흡"
현재 위중증 환자 치료를 위한 전국 중환자 전담치료 병상 가동률은 63.8%다. 그러나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수도권 병상가동률은 78.1%로 80%에 육박한 상황이다. 특히 서울 지역 병상가동률은 80.9%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단계적 일상회복 시작 전 준비 미흡이 현재 방역상황을 만든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일상회복 시작단계에서부터 비상계획 발동 기준, 의료인력, 병상 확보방안 등 의료대응 체계에 대한 준비가 돼 있었어야 했다"며 "이건 마치 식당이 음식 준비 없이 손님을 받은 것과 같은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제는 병원과 보건소의 의료인력이다. 인력 지원을 한다고 해도 일선에서는 활용이 사실상 힘들다"며 "팀플레이로 일하는 병원 특성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우선 일상회복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비수도권과 수도권은 당연히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특히 서울에서 역대 최고 확진자 수가 나왔고 확진자 수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교수는 "서울 지역 병상가동률 80%는 사실상 풀가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서울만이라도 방역을 강화하면서 전담병원에 의료진을 더 투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중환자에서 중등증으로 가는 경우보다 중환자에서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며 "중환자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정부는 '비상계획' 발동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유행 상황이 일상회복을 중단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기자단 온라인 설명회에서 "비상계획을 발동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감염이 되고 있어 종전의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방역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문제의 양상과 조치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상계획에 대한 발동 요건 등 구체적인 내용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논의를 거쳐 추후 관련 내용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비상계획 발동, 일상회복 단계 전환의 주요 기준이 되는 '위험도 평가' 지표를 지난 18일 공개했다.
1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92명이다.사진은 코로나 전담치료병원 의료진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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