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올 하반기 들어 가파르게 치솟던 벌크선 운임이 한 달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벌크선은 석탄, 철광석, 곡물 같은 건화물을 실어나르는 선박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대기 질 개선을 위해 철강을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을 줄이면서 세계적으로 벌크선 물동량이 줄어든 탓으로 해석된다. 다만 항만 적체가 여전하고 코로나19도 주요 각국에서 다시 확산하면서 언제든 운임이 다시 오를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 지표인 영국 발틱해운거래소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26일 기준 2678을 기록했다. BDI는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타다 지난달 7일 5650으로 13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어 50여일 만에 최고점의 절반 이하로 운임이 떨어졌다. 현재 운임은 최고점과 비교하면 53%가량 낮은 수준이다.
벌크선 운임이 가파르게 내린 건 경제 대국인 중국이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철강과 같은 제조업 생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벌크선 주요 화물 중 중국으로 가는 물동량 비중은 46%에 달한다.
특히 철광석의 경우 전 세계 물동량의 70% 이상이 중국으로 간다. 중국은 주요 제조업 중에서도 배출가스가 많은 철강 생산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9~10월 조강 생산량은 전년 동기보다 약 20%가량 줄인 상황이다. 감산 기조로 지난달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 또한 전년 동월보다 14.2% 감소한 9161톤(t)에 그쳤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감산으로 벌크선 운임이 50여일 만에 반토막이 났다. 사진은 팬오션 벌크선. 사진/팬오션
철강 감산에 나서면서 생산에 쓰이는 원료탄 수입도 자연스레 줄어 벌크선 물동량이 더욱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주와의 마찰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것도 벌크선 물동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우리나라 벌크선사들의 경우 화주와 6개월 이상의 장기 계약을 맺는 비중이 높아 운임 하락에 따른 타격이 당장은 크진 않을 것으로 시장은 관측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운임 상승을 이끈 항만 적체가 아직 계속되고 있어 벌크선 운임이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단 해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아시아와 유럽, 북미 항만 인근에서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은 약 500척으로 지난 8일 497척보다 늘었다. 3분기 성수기가 끝나면서 벌크선과 마찬가지로 컨테이너선 운임 또한 상승세가 주춤해지긴 했지만 내년 중국 춘절(설 연휴)까지는 고점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코로나19가 세계 주요국에서 다시 확산하는 것도 항만 적체를 심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주요 항만의 혼잡이 심해진 건 코로나19로 인해 화물을 처리할 인원이 줄어든 탓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닝보항은 확진자가 나오면서 한때 폐쇄돼 세계 해운 시장 적체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미국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최근 팟캐스트를 통해 "해상 운임은 내년 1분기에나 정상화할 전망이며 정상화되더라도 운임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며 "기업들은 물류 쇼크에 대비해 공급망 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