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을 정확히 100일 앞두고 중원 공략에 나섰다. 세종과 충·남북 등 2박3일 간 충청권을 도는 계획표를 짰다. 선거대책위원회 가동 후 첫 지방 일정이다. 선대위 인선을 둘러싸고 진통이 장기화되면서 그간 대선주자로서의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갑갑함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윤 후보는 29일 충청 방문에 앞서 첫 선대위 회의를 주재, "저는 충청의 아들이고 충청은 제 고향이나 다름없다"며 지역 연고를 강조한 뒤 "역사를 보면 충청은 늘 캐스팅보트를 쥔 지역이고 대선 승부처였다. 중원인 충청에서 정권교체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는 걸 시작으로 승리의 100일 대장정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부친 고향이 충남 논산인 윤 후보는 지역에 기반한 대통령을 아직 배출하지 못한 충청의 한에 호소해 '충청 대망론'을 지피겠다는 의도다. 든든한 영남의 지역적 기반에 충청과 강원, 수도권 표심이 더해질 경우 경쟁자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호남에 가둘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는 이번 일정의 의미를 '균형과 미래'라고 설명했다. 선대위는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축이자 행정의 중심지인 충청은 대한민국의 균형성장과 조화로운 발전의 핵심 거점"이라며 "과거 동남권 산업 발전과 오늘의 수도권 과밀을 극복하는, 신중부권 시대로의 도약에 대한 윤 후보의 의지를 보여드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충청을 향하는 윤 후보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광주와 목포, 김해 봉하를 찾은 바 있지만, 이는 '전두환 미화' 발언에 대한 사죄의 의미가 컸다. 또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배했지만 권양숙 여사와의 만남이 불발되는 등 기대했던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때문에 선대위에서는 이번 충청 방문이 사실상 대선후보로서의 첫 지방 일정으로 보고 있다.
윤 후보는 그간 3주가량의 시간을 허비하며 선대위 구성에 전력을 기울였다. 특히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합류 여부를 놓고 일찌감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힘겨루기를 하며 진통을 겪었다. 끌려다니는 모습이 계속해서 비치면서 대선주자로서의 리더십에도 상처가 났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후보는 사과와 쇄신을 내걸며 많게는 15%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던 지지도 격차를 오차범위 내로 추격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지난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운동이 더 지체돼서는 곤란하고 1분1초를 아껴가면서 뛰어야 할 그런 상황"이라며 조급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윤 후보의 이번 충청 방문에는 지난해 총선에서 세종에 출마했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도 동행한다. 그를 사실상 선대위 원톱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선대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모양새 연출이 가능해졌다. 윤 후보는 이날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를 찾는 것을 시작으로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할 계획이다. 이어 대전 한 카페에서 'with 석열이형'이라는 제목의 토크콘서트를 열고 청년세대 표심 잡기에 주력한다. 다음날에는 충북 청주로 이동, 청년 창업자 간담회 등을 소화한 뒤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연합회와 심야 반상회를 갖고 코로나 위기에 따른 지원 방안 등을 모색한다. 일정 마지막 날에는 충남으로 발길을 돌려 독립기념관을 찾는다.
2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선을 100일 앞두고 세종과 대전을 찾는다. 사진/뉴시스
충청=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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