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서울시 예산안과 관련하여 서울시의회와 서울시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 중 서울시가 민간위탁한 기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삭감으로 인하여 약 1,000명의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는 기사가 있었다. 서울시의 예산삭감이 정당한지 여부는 차치하고, 서울시가 민간에 위탁한 사업과 관련하여 민간위탁 사업예산을 삭감하게 되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들은 누구에게 하소연 하여야 할까? 서울시일까? 아니면 민간위탁기관일까?
먼저 간접고용을 살펴보자. 간접고용이란 사내하청이나 파견 등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받는 경우를 말한다. 서울시의 민간위탁 사업은 원칙적으로 서울시가 하여야 하는 것이기에 서울시 소속 공무원이 그 업무를 담당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그 업무를 직접 하지 않고 민간에 위탁하는 것은 그 업무가 소속 공무원이 직접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사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민간위탁기관을 통하여 고용된 노동자를 통하여 업무를 수행하게 되고, 이는 앞에서 본 간접고용에 해당하게 된다.
위와 같이 정년을 보장받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이 업무를 담당하지 않음에 따라 민간위탁 사업의 존폐, 사업 및 예산의 축소와 같은 외부요인에 민감하게 일자리 존속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는 민간위탁기관의 노동자들은 불안감과 함께 업무를 하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을 위해, 고용노동부는 2019년 12월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주된 내용 중 하나는 위탁계약이 바뀔 때마다 또는 위탁업체가 바뀔 때 고용이 불안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이 승계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에 서울시도 민간위탁기관에게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고용승계 조항을 삽입하고 확약서를 받는 등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노동자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하여 노력하여 왔다. 그러나 금번 서울시는 민간위탁 사업의 예산에서 인건비를 대폭 삭감하였고, 민간위탁기관은 위탁계약에 따른 사업을 하면서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위탁사업에서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서울시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누구에게 하소연하여야 하는 것인가? 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 사용자도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원청 사용자의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도 자유롭지 못 할 것이다. 애초에 서울시가 민간위탁기관과 합의하고 확약받은 고용승계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간접고용 노동자가 이러한 현실에 처해있다면, 민간 노동 시장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어떠한 현실에 처해있는 것일까?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박창신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