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도급 '갑질' 대우조선해양 제재…"서면 없이 기술자료 요구"
공정위, 시정명령·과징금 총 6억5200만원 부과 결정
2021-12-15 12:00:00 2021-12-15 12: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수백 건에 달하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거나 제작도면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시정명령 및 총 6억5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6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조선기자재를 납품하는 총 91개 수급사업자에게 617건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에는 반드시 기술자료 명칭·범위, 요구목적, 비밀 유지 방법, 기술자료 권리 귀속 관계, 대가 및 대가의 지급 방법, 요구일·제공일·제공방법, 요구가 정당함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 등 7개 항목이 기재된 서면을 제공해야 한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이 수급사업자로부터 납품받을 제품에 대해 선주로부터 승인받기 위한 목적 등으로 관련 기술자료를 요구한 자료 요구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요구에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기술자료 요구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것은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수급사업자의 기술보호 및 유용 예방 등을 위해 기술자료 요구서면 사전 교부를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91개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 요구서면을 교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선주의 특정 납품업체 지정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2018년 5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존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하고 있던 수급사업자의 제작도면을 유용했다.
 
이 업체는 지난 2018년 5월 8일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하고 있던 기존 수급사업자의 제작도면 27개와 새로운 수급사업자의 제작도면을 비교한 후 차이점을 확인해 새로운 수급사업자에게 기존 수급사업자의 제작도면대로 수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존 수급사업자의 제작도면을 사용했다.
 
또 2019년 4월에는 새로운 수급사업자가 기존 수급사업자와 동일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기존 수급사업자의 제작도면을 새로운 수급사업자에게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측은 선주의 요청에 따라 수급사업자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반면, 공정위는 선주의 요청이 있었더라도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다고 판단했다. 해당 제작도면이 기존 수급사업자의 고유기술이 포함된 기술자료라는 것이다.
 
안남신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 과장은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조선업계의 기술자료 서면 미교부 행태와 기술유용행위에 대해 엄중 제재해 다시 한번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중요성을 부각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서면교부 시스템 개선까지 이끌어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를 위해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관련 서면을 교부하지 않는 행위 및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성과에 무임승차하는 기술유용행위에 대해 집중 감시와 엄중 제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행 하도급법을 위반한 대우조선해양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6억5200만원의 과징금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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