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인터넷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속도측정 사이트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모바일인터넷 속도는 세계 2위, 초고속인터넷 속도는 세계 7위라고 한다(2020년 기준). 모바일인터넷과 초고속인터넷 순위에서 모두 상위 10위권 안에 든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명실공히 인터넷 강국이라 할 만 하다.
이러한 인터넷의 발달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보의 자유로운 접근과 유통을 가능하게 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공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사적인 정보까지도 노출되거나, 유명인의 과거 게시글이 이후 논란이 되는 등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 및 정보의 자기결정권 등의 침해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인간이 가진 망각 본능을 거스르는 무한한 저장소는 무분별한 신상 털기 등 새로운 유형의 사회문제를 야기했고, 이에 따라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통상 잊혀질 권리라는 표현과도 혼용되는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는 정보 주체가 온라인상 자신과 관련된 모든 정보에 대한 삭제 및 확산 방지를 요구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 및 통제 권리를 의미한다. 이 권리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곳은 유럽이다. EU는 2018년 회원국에 법적 효력이 있는 ‘일반정보보호규정(GDPR)’을 제정해 잊힐 권리(구체적으로는 삭제권) 보장을 법제화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잊힐 권리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규율하고 있지는 않고, 민법상 삭제청구 및 손해배상 차원에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의 경우 개별법을 통해 규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서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인격권에 기한 금지청구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미 보도된 기사에 대해서 인격권에 기해 삭제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잊힐 권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행정부 또한 관련 대응을 시작하였고, 2016년 6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시한 이른바 한국판 ‘잊힐 권리’ 가이드라인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정식 명칭은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인터넷 이용자는 본인의 작성한 글(댓글 포함)이나 사진, 동영상 등 게시물과 관련하여, 본인게시물에 댓글이 달려 삭제가 안 될 경우, 회원 탈퇴 등으로 삭제가 불가능할 때, 게시판 관리자가 게시판 운영을 중단한 때 등 해당 게시물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통상 포털 업체)에게 접근배체요청을 할 수 있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존재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 정보 주체가 직접 인터넷에 올린 정보는 삭제권 등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해당 정보가 명예훼손 또는 사생활 침해 등 권리침해 정보가 아닌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삭제가 불가능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 역시 자기 게시물만 삭제가 가능하다. 알 권리와 잊힐 권리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정부노력과 국민인식개선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진우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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