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재명, 서울민심 타개 승부수는 '부동산'…당정, 일단 화답
양도세 완화·공시제도 개편 등 이재명표 부동산정책 제시
당정, 국회서 협의…"1주택자 조세부담 없도록 완충장치 마련"
청와대와 이견 불가피…"시장 메시지 혼선·정책 일관성 흐트러져"
2021-12-20 17:41:43 2021-12-20 22:14:53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공시가격 재검토 필요성을 밝히자 당정은 20일 "1주택자는 조세부담이 없도록 개선책을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이재명식 부동산정책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이는 서울 민심이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원인이 집값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을 내주고는 대선 승리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분노한 민심을 헤아리겠다는 전략적 판단의 결과다. 다만 이 같은 승부수는 청와대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 동시에 시장에 정책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이날 국회에서 '2022년 공시가격 관련 당정협의'를 열고 "내년도 공시가격 상승이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정은 1주택을 가진 중산층에 대해선 공시가격이 변해도 조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등에 대한 제도별 완충장치를 보강키로 했다. 1주택 고령자에 대해선 종부세 납부를 한시적으로 유예할 예정이다. 
 
20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시가격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당정협의는 이 후보가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은 재산세, 건보료 부담 증가, 복지수급 탈락 등 국민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집값 폭등의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건 공정하지 않고, 민생경제를 고려해 공시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 후보는 특히 "정치는 국민께 필요한 일을 언제든지 할 수 있고, 언제든 바꿀 용기와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며 당정을 압박했다.
 
이 후보가 부동산정책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2일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자"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이 후보는 대구·경북 순회 중 김천 추풍령휴게소의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주택자들이 종부세가 과다하게 부과돼 팔고 싶은데 양도세 중과세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입장이 있는 것 같다"며 "6개월 내 처분하면 중과를 완전히 면제해주고, 9개월 안에 완료하면 절반, 12개월 안에 하면 4분의 1만 면제하고, 1년이 지나면 예정대로 중과를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청와대를 비롯해 당내 일각에서는 정책 혼선 등을 우려해 이견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물러섬 없이 부동산정책 개선을 외치는 건 집값에 민감한 서울 민심 때문이다. 서울 집값이 전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오르자 내집 마련의 꿈을 잃은 2030세대, 전셋값 폭등에 분노한 서민층은 현 정부에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지난 7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17차 정기 여론조사'를 보면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가장 양자대결에서 42.7% 대 44.7%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이재명 36.2% 대 윤석열 49.0%로 이 후보가 크게 뒤졌다. 경기지사를 지냈던 경기·인천도 이재명 40.4% 대 윤석열 46.9%로 불안을 주기에 충분했다.(자세한 조사 개요·결과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 결국 서울 민심을 풀어갈 해답을 '부동산'으로 판단했다. 민주당 선대위에 디지털대전환위원장으로 합류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이 후보는 서울시당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서울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는데 대해 고심이 많다"며 "집값 문제에 대한 정책적 변화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가가 함께 키우겠습니다' 전국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이 후보의 부동산정책 개편은 중산층 조세 부담을 낮추는 대신 정부의 재정 부담을 높이고 부동산시장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청와대와 상당한 갈등을 초래할 전망이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 후보가 양도세 중과 유예 입장을 밝히고 나흘 뒤인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메시지에 혼선이 생길 것이고, 다시 정책을 되돌리게 되면 정책 일관성이 흐트러질 것"이라며 "(양도세 유예)논의가 있으면 오히려 매물이 안 나오고 잠기게 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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