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정부가 내년 소비자물가를 놓고 올해보다 소폭 안정된 2.2%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올해 작황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물가가 안정되고 국제 에너지 가격도 차츰 둔화하는 등 '상고하저(상반기에 높고 하반기에 낮은)' 흐름을 예측해서다. 하지만 경제가 정상궤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물가 상방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7일 열린 '2022년 경제정책방향' 사전브리핑에서 "물가의 경우에는 농축수산물, 석유류의 오름세 둔화 등으로 올해 2.4%보다는 안정된 2.2%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에는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1.4%)보다 0.8% 포인트를 올린 것이다. 정부의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한국은행(2.0%)이나 KDI(1.7%)보다 높다. 정부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를 2.0%보다 높은 수준을 제시한 것은 2016년 이후로 처음이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 상방 압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자율이 올라가는 것은 맞는데 그만큼 유동성이 죽지 않아 내년 물가는 올해 정도만 유지해도 선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내년 물가가 올해보다 낮을 것이라고 예측한 데는 농축수산물, 국제 유가 등 공급 측 상승률이 둔화 전망이 작용했다.
이억원 차관은 "농축수산물 작황이 좋아졌고 글로벌 에너지 가격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피크에서 약간씩 내려가는 상고하저의 흐름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우형 교수는 "내년 대선 전후로도 정부가 돈을 풀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경제활동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어 물가 상방압력이 많은 상황"이라며 "국제 유가 글로벌 공급망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억원 차관은 "물가는 부처 책임제를 도입하고, 알뜰주유소 전환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농축산물 할인쿠폰 지원 등 품목별 대응하겠다"며 "공공요금의 안정적 관리를 통해 체감물가 안정과 물가 불안심리 확산 차단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억원 기재부 1차관, 한훈 차관보, 김병환 경제정책국장, 고광효 조세총괄정책관, 변태섭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 김유진 고용부 노동시장정책관의 일문일답.
내년 물가 상승률을 2.2%로 올해보다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한 이유는.
올해 물가는 공급 측 영향이 굉장히 컸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공급망 차질에 국내에서는 농축수산물 한파, 병해로 작황이 안 좋아지면서 물가가 올랐다. 수요 측면에서도 경기가 회복되면서 올라오는 상황이다. 내년에는 공급 측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다. 농축수산물 작황이 좋아졌고 글로벌 에너지 가격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피크에서 약간씩 내려가는 상고하저의 흐름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언제쯤 안정화될지.
(김병환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공장 중단 우려들이 나오고 있고, 이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망을 하기는 어렵지만 조금씩 풀릴 것으로 봤고, 속도는 아주 급하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을 전제에 두고 물가를 전망했다.
'공공요금 안정적 관리'에 대해 부처 간 이견이 있는데 정부의 방향은 무엇인지.
공공요금은 우선순위의 문제다. 부처가 보는 시각과 시점에 따라서 뭐가 더 중요한지를 봐야 한다. 특히, 겨울철을 앞두고 서민경제와 물가 측면에서 전기, 도시가스 요금 부담이 굉장히 크다. 공공요금은 무작정 억제만 하는 게 아니라 결국 중요한 것은 시기의 분산이다. 특정 시기에 몰리게 되면 물가 부담이 커지고 기대인플레이션까지 작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평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측면에서 협의하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또 연장할 수 있는지. 이와 관련해 탄소중립 방향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유류세 인하는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연장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조기에 종료할 수도 있다. 탄소중립은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흐름과 배치된다고 보지 않는다.
올해 성장률을 4%로 예상했는데 연말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영향을 받지 않을지.
기술적으로 올해 4분기에 전기 대비 1% 성장해야 연간 성장률 4%에 도달한다. 카드 매출액의 경우 3분기에는 8% 늘었는데 10월에 13.4%, 11월에 13.6%, 12월에는 지난 14일까지 16%가량을 기록했다. 내수가 4분기에도 개선 흐름을 지속하고 있고, 견조한 수출 증가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재정 집행 극대화를 통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보면 4% 성장이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방역에 만전을 기하면서 회복력을 극대화해 4% 성장을 달성하겠다.
내년 3.1% 성장을 전망했는데 금리가 어느 정도까지 오르는 것을 전제로 했는지.
내년 대외 여건을 보면 글로벌 경기와 교역, 반도체 업황 등이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내수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충격의 정도가 작아지는 점을 감안했다. 소비의 경우 올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자동차가 하반기에 덜 팔렸는데 이런 것들이 내년으로 가면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금리는 투자와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으로 어떤 레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서 3.1% 성장을 예상했다.
내년 민간 소비 부문 전망에서 어떤 수준의 단계적 일상 회복을 가정한 것인지.
올해 민간소비 성장을 3.5%로 봤고, 내년은 3.8%이다. 사실 지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을 2.8%로 예측했다. 상생소비지원금과 국민지원금 등 정책 효과가 어우러지면서 소비 회복이 빨라졌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고용 측면에서 소득이 올라온 측면도 있고, 그간 축적된 저축 등이 있기 때문에 3.5%에서 3.8%로 가는 것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에 따른 '경제정책방향' 시나리오가 있는지.
전망을 하거나 경제 정책을 할 때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고민을 했고, 점진적으로 정상화되는 과정을 봐서 중립적으로 잡았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지금은 크게 변동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필요하다면 탄력적으로 추가 대책을 만들 텐데 결국 코로나 상황 전개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상생임대인에 대한 세제 혜택이 갭 투자를 조장하지 않을지.
새로 갭 투자를 하는 분들에게는 관련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 집을 가지고 있는 주인들이 들어가면서 전세 물량이 구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거주 요건 2년 중 1년을 인센티브로 드리겠다는 것이다. 새로 계약을 했는데 임대료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 인상하는 분들이거나 계약갱신청구권과 같은 관계 속에서 5% 이내로 인상하는 분들에게 혜택이 주어진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통해 외환시장을 개편한다고 했는데 어떤 방향으로 검토 중인지.
국내에서는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와 MSCI 체계라던지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우리의 요구를 어느 정도까지 맞출 수 있는지, 실제 애로가 무엇인지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현재 64세인 생산연령인구의 나이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한훈 기재부 차관보) 여러 복지 체계와 연결돼있기 때문에 바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올해 인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논의를 가속화하겠다.
교부세 제도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한 차관보) 지방교육교부금과 관련해서는 민감하고 협의가 어려운 문제이다. 대원칙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방교육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차원에서 재도 개편을 하자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공동사업비 제도를 도입해 내년에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추진할 예정이다.
면세점 구매 한도 폐지 혜택은 고소득층에만 돌아가지 않을지.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 면세점 구매 한도 제한은 해외 제품에 대한 소비 억제 등을 위해 1979년 만들어져 내국인에게만 적용돼왔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운영 중인 제도다. 당초 제도 설립 취지가 퇴색된 측면이 있고 해외 소비를 국내로 전화함으로서 면세업계 운영이 활성화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면세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세금 납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부 계층에 혜택을 부여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7일 열린 '2022년 경제정책방향' 사전브리핑에서 "내년에는 공급 측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며 "농축수산물 작황이 좋아졌고 글로벌 에너지 가격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피크에서 약간씩 내려가는 상고하저의 흐름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경제정책방향 상세브리핑 모습. 사진/기획재정부
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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