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도한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수의 동맹국이 미국과 뜻을 함께했지만, 일부 국가는 이해관계에 따라 이견을 드러내면서 보이콧 행렬에서 이탈하고 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의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놓고 동맹이 분열하고 있다”면서 “외교적 보이콧은 이미 제한적인 성공이 될 것이라는 조짐이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노력이 미국 양당과 인권단체, 주요 동맹의 지지를 얻었지만, 이 같은 지지는 보편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사진/뉴시스
미 동맹국들 다수는 미국의 선제적인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 선언했다. 이 중 일본은 내년이 일·중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데다 직전 하계 올림픽 개최국가로서 정부 고위급 인사가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평가에 따라 외교적 보이콧 동참에 다소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민당 내 강경파의 압박이 지속됐고, 결국 동참에 합류했다. 일본 언론들은 현재 추진 중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 구소련 연방에 속했던 리투아니아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리투아니아는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벌이며 친대만 행보를 보이는 동유럽 국가다.
반면 EU 회원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외교적 보이콧에 이탈했다. 이들의 반발은 자국 내 이익에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미국, 영국, 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놓고 각을 세웠고, 이탈리아는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다. 동계올림픽 강국 중 하나인 노르웨이도 코로나 상황을 주시하겠다면서도 외교 사절단 파견을 분명히 했다.
더힐은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이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는 등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아직 최종 결정을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호주 국빈 방문 기간 한·호주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외교와 안보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면서 “한편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외교적 보이콧) 참가하라는 권유를 받은 바가 없다”고도 했다.
더힐은 한국에 대해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과의 조율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 연합이 약해지면서 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시간대 국제연구소 메리 갤리거 소장은 "이번 보이콧 문제는 미국의 동맹이나 다른 서방 민주국가 간 분열을 중국에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며 "미국이 어떤 조처를 할 때 이를 지지하지 않는 의견 불일치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의 공원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화가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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