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새해 지역순회에 '비전투어'라는 이름을 붙인 건 국민과의 만남을 통해 국정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이 담겼다. 앞서 이 후보는 지역순회에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말마다 전국을 누볐다. 이 후보가 굳이 매타버스·비전투어라는 말을 쓴 건 민심공략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고 맞춤형으로 지지를 호소하겠다는 계산이다. 지역순회 뒤 '외국서 수입한 민주화운동' 등 설화만 남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방행과 비교해서도 '판정승'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27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국가비전과국민통합위원회(국가비전위) 출범식을 개최하고, 내달 5일부터 광주를 시작으로 지역순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세엔 국가비전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전 대표도 동행한다. 지역순회에 비전투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민생 대장정을 통해 민주·혁신·포용·평화·미래 등 5개 분야의 비전을 정책화하고 중장기 국정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어서다.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가비전과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가 내달 5일 지역순회에 나서는 건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한 대구·경북(TK) 매타버스 이후 한달여 만의 지역순회 재개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1월12일 2박3일 일정으로 부산·울산·경남에서 첫 매타버스를 시작한 후 한달간 매주 주말 2박3일 또는 3박4일 일정으로 매타버스 민생 대장정을했다. 매타버스는 '매주 타는 민생버스'라는 말처럼 전국의 시·군 방방곡곡을 찾는 강행군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매타버스를 통해 지역화폐와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을 홍보하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의지를 드러내며, 균형발전과 공정성장 정책을 알리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매타버스를 다녀온 지역에선 이후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도 올라가며 이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을 역전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보수 텃밭인 TK에서의 지지율 추이만 봐도 이 후보가 TK를 방문하기 전과 방문한 후의 지지율 차이가 확연했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매주 실시하는 '선거 및 사회현안 정기조사'에 따르면, 12월 2주차 이 후보와 윤 후보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TK 지지율은 이재명 29.8% 대 윤석열 60.4%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 후보가 TK를 방문한 뒤인 12월 4주차 두 사람의 가장 양자대결에서 TK 지지율은 이재명 35.3% 대 윤석열 49.4%로 나타났다. TK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마의 30%대 벽을 넘어선 반면 윤 후보의 지지율은 11%포인트나 줄어든 것.(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이에 이 후보는 이날 국가비전위 출범식에서도 "위기를 넘어 새 기회를 만들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치의 본질적 역할이라고 할 국민통합을 이뤄낼 중요한 시기"라며 "새로운 미래를 향해 대한민국이 출발하길 기대한다"면서 비전투어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 후보는 광주에서 시작될 비전투어에서 이 전 대표와 함께 유세를 나서는 것을 통해 강성친문 등 민주당 지지층을 규합하고 중도층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매타버스와 비전투어는 지역순회 목적과 표심공략 지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또는 '의무감으로' 지방을 찾는 타 대선후보와 차별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특히 윤석열 후보가 지난주 광주 등 호남을 방문하고선 '외국서 수입한 민주화운동' 등 잇따른 실언을 내뱉은 것과 비교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후보는 오는 2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TK를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선대위 내홍과 부인 김건희 의혹, 신지예 영입논란 등 악재가 겹치며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집토끼'를 사수하겠다는 목적에 에는 TK 방문으로 어떤 아젠다를 제시하고 어떻게 보수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것인지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2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광주광역시 북구 인공지능(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공사 현장을 방문해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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