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2022 오미크론은 축복인가
2022-01-03 06:00:00 2022-01-03 06:00:00
2021년이 델타 변이의 해였다면 2022년은 오미크론 변이의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달 27일 전 세계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44만 명 이상을 기록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오미크론의 등장에 처음에는 공포의 바이러스로 묘사하다가 이제는 그런 분석이나 평가는 쑥 들어가고 강한 전파력만 부각되고 있다. 치명력은 외려 델타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는 이미 오미크론 변이가 본격 유행하기 시작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부인하기 힘든 사실로 굳어졌다. 백신 접종이 많이 이루어진 국가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백신 등장 이전 시기보다 전 세계 신규 확진자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데는 오미크론의 확산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신규 확진자의 급속 증가만 보면 오미크론은 인류에게 재앙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다. 감염자가 증가하면 그만큼 추적 대상자가 늘고 병원 입원 환자도 비례해서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치명력이 강하지 않다면 위중증 환자가 늘지 않고 따라서 사망자 수도 이전보다 외려 줄어들 수 있다. 현재까지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델타에 견주어 2~3배가량으로 분석됐다. 치명률은 델타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정확한 정도는 분석되지 않았다. 인간사에서 가장 주목하고 중요한 사건은 죽음이다. 이 때문에 감염병이 유행하면 그 병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는가가 보건당국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최대 관심사다. 물론 감염도 무시할 수 없는 사건이다. 감염은 사회와의 격리를 뜻하고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은 한동안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기 때문에 현대인에게 성가신 정도를 분명 넘어서는 일이다. 코로나에 걸려 죽는 죽음은 다른 죽음과 달리 특별하다. 문병은 언감생심이며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유족들이 화장한 유골만 건네받아 묻어야만 하는 슬픈 이야기를 우리는 알고 있다.
 
최근 외국 일부 전문가가 오미크론이 성탄절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성탄절은 이미 지났기에 이 말이 틀렸다는 것을 지금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전문가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 가운데 시기는 틀렸지만 선물, 즉 오미크론이 축복이 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만약에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2~3배이고 위중증 진행률과 치명률은 델타보다 5분의 1이나 10분의 1 수준이 되기만 하면 오미크론의 많은 사람들한테 면역력만 증강하고 생명을 앗아가는 일은 많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이는 코로나19 종식 내지는 코로나 19가 팬데믹의 위치에서 풍토병 수준으로 진행될 수 있는 신호탄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오미크론이 침투한 사람의 몸에는 델타가 침투하지 못한다. 침투의 기회를 잃은 델타는 서서히 사라진다. 코로나19 유행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것이다. 오미크론 이 판치는 세상에서는 가벼운 증상만 보이는 환자들은 집에서 올해부터 본격 보급되는 ‘먹는 치료제’를 복용하며 닷새 가량 버티면 된다.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병원에서 집중적으로 산소 치료와 경구 치료제, 주사제 등을 동원해 사망하는 것을 막으면 된다. 그리고 3차 접종에 이어 4차 접종, 나아가 1년에 한두 차례 접종을 하면 올해에는 서서히 마스크도 벗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사실상 더는 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드디어 코로나19는 계절성 독감과 같은 풍토병 내지 유행병으로 위상이 추락한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 오미크론은 축복이다. 물론 변신의 귀재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또 어떤 모습으로 변장하고 우리들에게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이 부분은 여전히 찜찜하게 남아 있다.
 
오미크론은 확산의 최고 정점을 찍은 후 서서히 그 세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르면 그 시기가 올 봄이 될 것이고 늦어도 여름에는 크게 후퇴할 것이다. 유행 3차 연도를 맞이해서는 풍토병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올 여름과 가을에 4차 접종을 마치고 이전 두 차례 겪었던 혹독한 코로나 겨울을 다시 다가올 겨울에는 더 이상 겪지 않고 말 그대로 코로나와 공존하는 성탄절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오미크론이 우리에게 우연히 온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왜 오미크론이 축복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해보았다. 하지만 이는 절로 오지 않는다. 접종을 기피하는 청소년이 사라져야 한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 방역 수칙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행동도 없어야 한다. 백신 무용론 등의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이들도 고개를 쳐들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오미크론이 당신에게 축복으로 다가갈 것이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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