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금호석유(011780)화학,
LG화학(051910) 등 국내 대표 화학업체들이 니트릴부타디엔라텍스(NB라텍스) 증설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른바 '라텍스 장갑'으로 불리는 니트릴 장갑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원료인 NB라텍스 생산업체인 양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호실적을 거둘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라텍스(Latex) 수출량은 76만톤으로 2015년 이후 연평균 16% 성장해 합성고무(SBR/BR) 수출량 94만톤에 비견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 5~6년 새 라텍스는 한국 석유화학업계에 중요 제품으로 성장했다. 전세계 라텍스 물동량에서 한국 비중은 지난 2019년 기준 57%에 달한다. 금호석유화학과 LG화학의 생산 설비는 글로벌 1위, 3위 수준이다.
이같은 국내 기업들의 높은 시장 점유율은 호실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의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인 5조4117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1년 839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연간 기준 최대 기록을 세웠던 금호석유화학도 10년 만에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작년 2조505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분석됐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의료계통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까지 항균성이 뛰어난 라텍스 제품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라며 "위생 관념이 강해지면서 요리할 때도 널리 쓰이던 일반 장갑 보다는 의료용 장갑으로 알고 있던 라텍스 장갑을 사용하는 등 생활 전반에 라텍스 제품이 깊이 스며들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라텍스 시장이 고성장함에 따라 양사는 대규모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1위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24만톤 규모의 NB라텍스 공장 증설을 결정하고 총 2560억원을 투자중이다.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2023년 말 NB라텍스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71만톤에서 95만톤까지 확대된다. 이후 수요 상황에 따라 47만톤을 추가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해당 물량 합산 시 금호석화는 총 142만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LG화학은 전남 여수에 17만톤 규모 NB라텍스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공장은 올 상반기 중 11만톤 증설 공사를 마치고 2023년까지 총 28만톤의 생산설비를 확보할 예정이다. 해외공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닝보에 위치한 NB라텍스 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 10만톤에서 21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은 말레이시아 신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 목표는 24만톤이다. LG화학은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국내외 추가적인 증설 투자를 검토해 연간 100만톤 이상의 NBL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일각에서 제기된 라텍스 시장 성장 둔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장갑 수요가 기존 의료용에서 청소, 염색, 요리, 문신, 동물용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어서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년 22%씩 성장하던 한국의 라텍스 수출량은 지난해 하반기 32만톤으로 전년 대비 27% 급감한 부분이 있지만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하반기(37만톤)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단순히 코로나 특수 종료로 인한 수요 감소라 판단하기에는 오류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의 대규모 증설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중국의 라텍스 수출량은 세계 물동량의 1.8% 수준으로 빠르게 생산 설비를 확대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말레이시아 고무장갑제조연합회(MARGMA)에 따르면 니트릴 장갑 수요는 연평균 19%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 2024년 4109억장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원화로 환산 시 약 12조원에 달한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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