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설민심)"찍을 후보가 없다"…대선 최대 승부처 서울 '오리무중'
20·30대 다수 "호감 가는 후보 없다"…"정치에 관심없다" 응답도
자영업자 의견 엇갈려…"이재명, 정책 추진력" 대 "윤석열, 정권교체할 후보"
2022-02-03 06:00:00 2022-02-03 06:00:00
[서울=뉴스토마토 박주용·유승호 기자] "누구를 찍을까 갈팡질팡 한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홍대 쪽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택시기사는 현재 서울의 대선 민심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이번 대선에서 지역별 최대 승부처는 역시 서울이다. 단순히 서울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해서가 아니다. 서울은 전국의 지역별 민심과 소상공인·자영업자, 2030 세대별 여론을 골고루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는 부동산 광풍에 따른 민심 이반이 크다. 이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한 지형으로 작용 중이다. 역대 대선에서 서울에서 이기지 않고 당선된 민주당 후보는 없었다.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이기고도 졌다. 
 
<뉴스토마토>는 설 연휴인 지난 30일부터 2일까지 나흘간, 그간 대선후보들이 방문했던 서울 주요 지역을 다시 찾아 민심을 들여다봤다. 남대문시장과 신원시장 등에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여론을, 홍대와 서울대, 석촌호수, 송파 송리단길 등에서는 2030대의 민심을 비교적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주요 후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쏠림'이 없었고, 오히려 아직까지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시민들이 많았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2030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이들이 다수였다. 서울대 입구 앞에서 만난 홍모씨(30대·남성)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했다. "저는 전주가 고향인데, 당연히 제 고향은 이재명을 지지하겠죠. 그런데 민주당이 보여준 게 윤미향, 조국 사건도 그렇고, 너무 거짓말을 대놓고 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 민주당은 안 찍으려고 했었는데, 윤석열 쪽은 또 거기 나름대로 비판이 있어서…"
 
31일 오전 홍익대 근처에서 만난 학생들도 대부분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모습이다. 정모씨(20대·남성)는 "지금 딱히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며 "호감이 가는 후보가 없다. 도덕성, 자질, 능력 측면에서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토로했다. 학생 3명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는 자리로 가 '이번 대선에서 지지 후보가 있냐'고 묻자, 3명 모두 고개를 저었다. 지지 여부를 떠나 정치에 관심이 멀어진 학생들도 보였다.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건물 모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재명 후보를 선호한 2030은 무엇보다 공약과 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다른 후보에 비해 크게 느껴졌다. 신원시장 거리에서 만난 최모씨(20대·남성)는 "그나마 윤석열보다 정책적인 부분에서 더 나은 것 같다"고 평가했고, 이모씨(30대·여성)는 "윤석열은 정책이 잘 보이질 않고 매번 네거티브만 하려고 하는데, 이재명은 공약과 정책이 분명해서 이재명을 찍으려 한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를 꼽은 2030 중에는, 윤 후보의 자질과 능력보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가장 컸다. 홍대에서 만난 최모씨(30대·남성)는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너무 못했다"며 "다시 되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서울대 입구 앞에서 만난 권모씨(30대·여성)도 "둘 다 별로인데, (문재인정부의)부동산이 너무 그랬다"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적했다.
 
설 연휴 영하의 날씨로 얼어 붙은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모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거대 양당 후보의 도덕성, 자질 논란 등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찍겠다는 2030도 다수 눈에 띄였다. 신원시장 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정모씨(20대·여성)는 안 후보에 대한 지지 이유로 도덕성을 제일 먼저 꼽았다. 그는 "후보들 중에 제일 비리가 없고, 우리나라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국격을 높일 수 있는 대통령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송리단길에서 만난 이모씨(30대·여성)도 "이재명, 윤석열 둘 다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며 "대안으로 안철수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에서는 2030 청년세대보다 후보 선호도에 대한 입장이 좀 더 분명했지만, 그래도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서 두드러졌다. 남대문시장에서 의류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문모씨(50대·남성)는 "예전 대선에 비해 인물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봐야 한다"며 "인물이 없다"고 평가했다.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는 강모씨(50대·남성)도 "후보 모두 마음에 안 든다"며 강한 어조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설 연휴를 맞아 한산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의류 가게 모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자영업자 중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중장년층 시민들은 이 후보의 정책 추진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석촌호수 거리에서 만난 김모씨(40대·남성)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봤을 땐 이재명이라고 생각한다. 당선됐을 때부터 당장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해주고 챙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중장년층 중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시민들은 이 후보가 경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또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반감으로 이 후보를 지지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이 설을 앞두고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정권교체'라는 심판론이 있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의류업을 하는 김모씨(60대·여성)은 "종일 가게에 있어도 옷 하나 팔기 힘들다. 먹고 살기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맞은 편에서 의류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60대·여성)도 한마디 거들었다. "오늘 다 노는 날인데 하나라도 팔려고 명절인데도 쉬지 않고 나온 거야. 이런 마음을 누가 아나."
 
중장년층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로,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민주당 권리당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임모씨(60대·남성)는 "원래 이낙연이 (민주당 후보가) 되기를 바랐다"며 "지금은 이재명도 싫고 윤석열도 싫지만, 그래도 덜 나쁜 윤석열을 뽑겠다"고 했다.
 
서울=박주용·유승호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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