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뉴스토마토 최병호·민영빈, 고은하·전연주 기자] "대구는 윤석열이를 뽑아야제. 이재명이는 영 파이라. 안철수도 왔다갔다 했으니까 못 믿제. 우야든 나라가 살라믄 정권을 바까야 합니다."
설 연휴 기간 대구시 서문시장에서 만난 백모씨(50대)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백씨만이 아니었다. <뉴스토마토>가 '보수의 텃밭'인 대구와 경북 안동·포항시, 영덕군 등 대구·경북(TK)을 돌며 만난 이들 대부분이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윤석열 후보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든 정권만 교체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을 뽑겠다는 말이었다. 부동산을 비롯한 문재인정부의 경제실정과 여권의 내로남불, TK 소외 등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다분했다.
서문시장에서 의류업을 하는 김모씨(50대)도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선후보 중 누구를 뽑겠느냐'는 물음에 "야당으로 정했다"며 "차기 정부는 지금 문재인정권이 하는 것처럼만 안 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정권을 점수로 매기면 -100점"이라며 "대구 사람들은 솔직히 윤석열이 좋아서 뽑는 게 아니라 문재인정권이 너무 못했고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2일 대구광역시 서문시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달서구 두류공원으로 이동하며 만난 택시기사 김모씨(40대)는 "대구 민심은 윤석열에게 가 있다"고 단정했다. 김씨는 "승객들 이야기 들어보면 2030이 처음엔 홍준표를 엄청 지지했는데, 경선에서 탈락하니까 '윤석열이 쪽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 말하더라"면서 "이쪽은 확실히 진보보다는 보수가 더 많고, 아무래도 보수 쪽으로 (투표)해야죠"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층도 있었다. 다만 안 후보에 대한 지지 역시 큰 틀에선 정권교체 맥락으로 해석됐다. 동성로에서 만난 최모씨(30대)는 "윤석열이나 이재명이 그놈이 그놈인데 그래도 안철수가 좀 양심적으로 좀 할라카드라"면서 "설 이후 지지율 조사도 보고 명절 때 가족들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단일화를 고려한다면 안철수가 나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 두류공원에서 산책하고 있던 20대 여성 강모씨도 "윤석열과 안철수를 놓고 고민할 것 같다"면서 "이재명만은 안 됐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전했다.
1일 대구광역시 두류공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안동과 영덕, 포항 등에서 만난 시민들도 정권교체에 대한 요구, 문재인정부에 대한 분노, 이재명 후보에 관한 비호감 정서로 뭉쳐 있었다. 안동 최대 번화가인 옥동에서 만난 조모씨(60대)는 "문재인이 북한에 퍼주고 경제 망치는 거 보소. 딴 건 몰라도 무조건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며 "윤석열하고 안철수 두 분이 통합을 해야 한다. 통합 안 하고는 근소한 차이로 질까 싶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안동시청 부근 구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김모씨(70대·여)는 '그래도 이재명 후보는 안동 출신이 아니냐'는 질문에 "투표하고 그기하고는 별 관련이 없다"며 "이 후보는 형수한테 욕하는 거 듣고 딱 정나미 떨어졌다. 어데 형수한테 욕짓거리를 한단 말이고"라며 "'고향 사람이네' 하면서 뽑고 이라믄 안 되지"라고 했다.
영덕군 강구항에서 만난 정모씨(40대)는 취재팀에게 문재인정부 실정을 오랫동안 지적했다. 그는 "솔직히 뭐 박근혜가 정치를 못했다 카는데 지금 정부는 박근혜 때보다 절반도 못한다"면서 "뭐 잘한 것도 없으믄서 자랑만 떠벌리고 잘못한 건 하나도 시인도 안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이 고전하는 이유가 다 그거"라면서 "윤석열 같은 사람이 국민의힘 후보로 당선된 것부터가 나라가 참 웃기는 나라 되부렀다"고 꼬집었다.
영덕읍 영덕터미널에서 만난 김모씨(30대)는 "지금 현재 윤석열 지지율이 낮지만 최종 투표에 가면 지지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며 "어차피 정권을 바꿔야 되니깐 사람들은 미워도 찍어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이 후보가 설 명절 전 서울과 경기도를 순회하며 형수 욕설에 대해 눈물로 사과한 것에 대해 "욕설은 이재명씨가 어릴 때부터 시장터에서 놀면서 행동하던 그런 습관이 좀 있어가꼬 그건 것 같다"라며 "선거판이 되니까 '아이고'하면서 눈물 흘리고 쇼하고 하는데 이거는 우리들한테 안 통한다"고 말했다.
2일 경상북도 안동시 옥동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취재팀은 포항으로 이동해 죽도시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70대 할머니 문씨는 TK에선 윤석열 외엔 선택지가 없다는 듯 "아이고 마, 여그는 윤석열이지"라면서 "윤석열이가 사람이 정당하니까 그 사람을 뽑는다고 말하는 거지. 여러 말 묻지 말고 내가 보기에는 그 사람이 젤로 나으니까 찍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모씨(60대)는 "우리 장사하는 사람들은 장사가 잘 되는 게 최고인데 윤석열이 시원시원하고 딱 내 스타일"이라며 "단일화 얘기가 나왔다가 이제 좀 조용한 거 같은데 보니까 안철수 지지율이 좀 떨어져가 그런거 같고, 나는 단일화를 뭐 별로 바라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1일 경상북도 포항시 죽도시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대구·경북=최병호·민영빈, 고은하·전연주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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