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 4일 구속되면서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의 불씨가 살아났지만, 사실상 곽 전 의원에 대한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달여간의 보강조사 끝에 곽 전 의원의 범죄혐의를 소명하는 데 성공했지만 나머지 5명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도 대장동팀 규모를 축소하면서 이런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일 곽 전 의원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구속 기한인 20일 내로 곽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곽상도 전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두 번째 만에 곽 전 의원 신변 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영장 청구에서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추가되면서 법원이 영장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풀이한다. 검찰은 첫 번째 영장 청구 당시 '알선수재'만 명시했다. 당시 검찰은 곽 전 의원의 행위를 뇌물수수와 알선수재의 '상상적 경합 관계'를 적용하려 했다. 곽 전 의원의 행위가 두 가지 범죄 모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이를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에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이 들어가면서 실체적 경합으로 본 게 아닌가 싶다"며 "혐의를 특정하면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실체적 경합은 여러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뜻한다. 곽 전 의원의 범죄 구성 요건 행위를 쪼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상적 경합이 되면 가장 높은 죄목만 적용되지만, 실체적 경합이 되면 최고 형량을 우선 적용하고 여기서 최대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
곽 전 의원의 구속으로 관련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50억 클럽 6인 전원을 법정에 세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음 수사 대상으로는 박 전 특검 정도가 유력하다. 나머지 인원들에 대해서는 정형학 회계사 녹취록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증거가 없다. 50억 클럽 수사가 이대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은 검찰이 대장동 수사팀을 축소하면서 힘을 얻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은 이날 상반기 인사로 개편돼 25명에서 20명으로 줄었다.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박 전 특검도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구속된 곽 전 의원처럼 박 전 특검도 자녀를 통해 대가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는 수사 초기 화천대유 회계 조사에서 사내 대출로 확인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박 전 특검 측은 이날 "박 변호사(박 전 특검)의 딸이 화천대유에 5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가정상의 필요 등에 따라 회사로부터 차용증을 작성하고 정상적으로 대출받은 금원"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특검 측은 또 "(딸이) 대출 이자율을 4.6% 정도로 약정하고, 성과급으로 3억원 가까이를 받았는데, 1차 종료 시점에 성과급으로 대출자금 일부를 상계했다"고 말했다. "이것을 갚지 않을 도리가 없다"라고도 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이어 "검찰이 회계 담당 직원에게 사내 대출을 운영했다는 진술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전 특검은 추가 조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박 전 특검의 딸이 빌린 11억원이 실질적으로 대출인지 아닌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차용증이 작성되고 이자가 일부 지급됐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차용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을 수 있다"며 "실제로 변제 의지를 갖고 이자를 지급한 것인지 의혹 회피를 위한 목적으로 소액 이자를 준 것인지 내용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예정됐던 곽 전 의원의 구속 후 첫 검찰 조사는 취소됐다. 곽 전 의원 측이 구치소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변호인을 접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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