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우크라 사태로 기업 불안…EU가 소통창구 돼달라"
주한 EU대사 "팬데믹 후 녹색·디지털 경제협력 중요"
1월 원유별 가격 상승률 61%~68%…2월 90달러 돌파
2022-02-28 12:00:00 2022-02-28 12: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우리 기업의 우려와 관련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8일 주한 유럽연합(EU)대사들에게 적극적인 소통을 요청했다.
 
손경식 회장은 이날 경총이 개최한 주한 EU대사단 초청 회장단 간담회에서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도 한국의 최대 투자자인 EU의 투자액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전기차, 2차 전지, 바이오·헬스 등 고부가·친환경 제품의 교역이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해외 원재료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반도체·가전·석유화학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오늘 간담회가 EU대사단과 기업 간 정보 교류와 소통 창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오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하면서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도 EU 측에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신재생 에너지 사용, 친환경 기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이미 2015년부터 EU와 마찬가지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면서도 "탄소 배출 감축이 급속하게 추진되면 기업이 감내키 어려운 비용 상승으로 양측 교역과 경제 협력 관계 위축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경영계 의견이 균형 있게 반영되지 않아 유감스럽지만, 경총은 올해 4월 발효되는 3개 ILO 협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를 위해 EU의 협력적 노사관계, 사회적 대화 경험, 법 제도 등을 살펴보기 위해 시찰단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ILO 차기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것을 언급한 후 "UN 고위직에서 다년간 근무한 국제기구 전문가이자 한국 외교부 장관으로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은 적임자"라면서 EU대사들의 지지도 부탁했다.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 주한 EU대사는 "EU와 한국 모두에게 녹색·디지털 경제 협력은 팬데믹 이후 회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며 "이 분야에서의 경제 협력이 더 활발히 논의되길 바라고,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에 대한 한국 경영계의 우려도 지속해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EU 대사단은 EU, 오스트리아, 벨기에,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프랑스, 핀란드,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일랜드, 이탈리아, 라트비아, 네덜란드,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스페인, 스웨덴, 포르투갈,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대사와 부대사 등 총 25명이다.
 
경총에서는 이인용 삼성전자(005930) 사장, 이형희 SK SV위원회 위원장, 김창범 한화솔루션(009830) 부회장, 최원혁 LX판토스 대표이사, 배재훈 HMM(011200) 대표이사, 강호성 삼양사(145990) 대표이사, 최준호 형지엘리트(093240) 사장, 이수근 대한항공(003490) 부사장, 김춘호 경기경총 회장, 김인남 대구경총 회장 등 총 10명이 참석했다.
 
27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밖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가 대형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산업계는 우리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사태 장기화·악화 등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대러 수출·금융 제재, 산업·에너지 공급망 교란 등 핵심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최근 해외경제 동향'을 보면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2.3달러,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6.4달러 등 90달러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미국 중부 지역 한파,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1월 중 유종별 국제 원유 가격 상승률은 현물 가격 기준으로 서부텍사스유 68.9%, 브렌트유 65.8%, 두바이유 61.3%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석탄·원유·천연가스 74.6%, 농림수산품 30.0%, 금속·비금속광물 17.1% 등 1월 원재료 수입 물가가 59.0% 급등하면서 생산자 물가가 7.9%포인트만큼 상승 압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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