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재계·노동계, 건설안전특별법 '감리·설계' 규정 놓고 '충돌'
기업 193개 중 85% 반대…"별도 제정 불필요"
"공사 주체별 의무·책임 부과가 법 제정 취지"
2022-03-02 16:11:48 2022-03-02 17:15:24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산업 현장에서 사망 등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는 물론이고 감리와 설계 관련 회사나 담당자를 처벌한 규정을 법에 명시해야 하느냐를 두고 재계와 노동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기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통해 충분히 관리·감독 강화를 기대할 수 있어 자칫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재계와 업계의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명확한 책임 소재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현재 건설안전특별법이 발의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법 제정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건설업을 비롯한 산업계는 이 법안이 기존에 시행 중인 법률과 중복된다는 이유 등으로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건설협회가 국내 기업 19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0%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 규정과의 중복'(42.1%),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별도 법률 제정 불필요'(40.9%) 등을 제시했다. 
 
적정 공사 기간·비용 인허가 기관 검토, 시공자 안전 관리 역량 확인 등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가 발생할 때의 '발주자 직접 처벌'에 대해서는 92.9%가 '반대'했고, 그 이유로는 '발주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고까지 책임 부과'(46.7%)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또 특별법 제정 시 개선이 필요한 규정에 대해서는 '사망자 발생과 연관성 낮은 의무 위반 사항은 형사 처벌과 행정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36.7%)는 답변이, 건설 사고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개선 방안으로는 '공사 주체별 역할에 부합하는 의무와 책임 부과'(37.8%)를 답변이 가장 많았다.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붕괴 사고 12일째인 지난 1월22일 오후 붕괴한 아파트에서 갱폼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건설안전특별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그 내용이 많이 중복된다"면서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돼 사업주 처벌 규정 부분이 많이 강화됐는데, 특히 건설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과의 중복성이나 과도한 규제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벌 위주의 접근보다는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이나 건설안전특별법의 기본이 되는 건설 관련 법률들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만 잘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유효한 예방책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 정부 부처 간 혼선이 많은데, 이러한 것이 정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제정할 경우 건설 현장은 그야말로 혼돈에 빠져 오히려 사고를 부추길 우려마저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대로 노동계에서는 기존 법률이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시공자 외에도 다양한 주체의 의무와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부분은 종전의 규정으로 고용노동부가 하는 것으로 제외돼 중복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발주, 감리, 설계 등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발주자 처벌 반대 이유로 '발주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고까지 책임 부과'라고 하는데, 법안 내용에 대한 호도가 있는 것 같다"며 "공사 기간과 비용에 대한 문제를 가장 많이 제기했던 것이 건설기업들인데, 이는 발주자를 조사 대상으로 해 법 제정을 막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건설 사고 예방을 위한 실질적 개선 방안으로 '공사 주체별 역할에 부합하는 의무와 책임 부과'를 1순위로 들고 있는데, 그것이 건설안전특별법의 취지"라면서 "실질적 개선 방안의 1순위로 꼽으면서 법 제정에는 반대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소속 손익찬 변호사는 "감리자 책임을 강화해 발주·시공자에게 계속 건의를 하는 방식으로 현장을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차원"이라며 "관련 공청회에서 시공자, 감리자 측에서 의견을 냈지만, 강력하게 반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건설사업자,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건축사에게는 1년 이하의 영업정지를 부여하거나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또 발주·설계·시공·감리자가 이 법에 따른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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