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2가 출시되면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무용론이 다시금 거론된다. 공시지원금이 대폭 축소되면서 불법 보조금 시장으로 이용자 수요가 쏠리고 있는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에서 추가로 지급 가능한 지원금)을 현행 15%에서 30%로 높이는 단통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본격 시행되더라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향후 공시지원금이 확대되기 힘든 환경에서 단통법의 방향성과 이용자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유통시장의 발전 방향에 대해 조망해 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이동통신3사가 책정한 갤럭시S22의 공시지원금은 최대 24만원이다. 전작 대비 절반 수준으로 역대급 짠물 지원금으로 불리고 있다. 정부가 공시지원금 경쟁을 유도해 이용자 혜택을 제고하려는 방향으로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공시지원금 축소로 효과는 유명무실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후 공시지원금 경쟁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음지로 파고들고 있는 실정이다.
갤럭시S22 사전개통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공시지원금은 요지부동이다. 사전개통이 시작되던 지난달 22일
KT(030200)가 24만원으로 이동통신3사 중 가장 높은 지원금을 책정했지만, 최대 50만원가량이었던 갤럭시S21 지원금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SK텔레콤(017670)은 최고 18만5000원,
LG유플러스(032640)는 최고 23만원 수준이다.
짠물 공시지원금 집행으로 단통법 개정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개정안은 휴대폰 추가지원금 지급 한도를 현행 15%에서 30%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상 공시지원금의 15% 범위에서만 지원금을 추가할 수 있는데, 불법지원금과 괴리를 좁힌다는 취지로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시지원금이 24만원에 정도이기 때문에 추가지원금 30%를 반영한다 해도 기존 대비 3만6000원 정도 혜택이 늘어나는 것에 그친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공시지원금이 높을 경우 개정안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공시지원금 기준 자체가 낮은 상황에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향후 시장이 공시지원금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통3사는 5G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수익성 위주의 사업전략을 펴고 있다. 마케팅비를 옥죄고 있기 때문에 이통사의 공시지원금이 늘어나기 힘들다는 얘기다. 단말기 시장도
LG전자(066570) 사업 철수로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면서, 지원금이 확대될 여지가 사라졌다. 애플은 원체 지원금을 풀지 않으며, 삼성전자 역시 경쟁사가 없는 시장에 지원금을 늘릴 이유가 없어졌다. 공시지원금의 축소는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공시지원금 주기 단축 효과도 무색하게 했다. 방통위는 공시지원금을 7일이 지나야 수정할 수 있었던 데에서 최소 공시 기간을 3~4일로 단축하는 단통법 일부 개정안을 본격 시행한 바 있다.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앞. (사진=연합뉴스)
단통법 무용론이 개정안으로까지 번지면서 소비자들은 불법보조금이 만연한 음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지라 불리는 불법 유통 대리점을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판매대리점마다 차이는 있지만, 번호이동 기준 3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선까지 불법 보조금을 지원한다. 가령 갤럭시S22+ 모델의 경우 출고가가 119만9000원이지만, 현금 29만원을 내면 휴대폰을 받을 수 있다. 8만원 요금대에서 15만원 정도의 공시지원금이 지원되는데 15%의 추가지원금을 더 받아도 70만원 수준의 불법보조금이 투입된 꼴이다. 일부 판매대리점은 불법보조금에 2년간 25%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 할인까지 동시에 제공하기도 한다.
이용자 차별을 막기 위해 단통법이 도입됐고, 단통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개정안까지 도출됐지만, 시장경제 논리에 밀려버렸다.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음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단통법을 지키는 판매점들만 도산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도 이슈가 확대되는 것이다. 유통망 관계자는 "단통법 개정안의 실효성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단통법이 아닌 새로운 제도로 시장을 양지화 하려는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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