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내년 윤석열 정부의 재정 역할 기조가 '적극적 재정'에서 '필요한 재정' 역할로 대폭 축소할 전망이다. 특히 내년 나라빚이 1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 편성은 감축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한국판 뉴딜과 혁신성장 BIG3(시스템 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등 문재인 정부의 역점사업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이 예상되면서 '문 정부 색깔 지우기'에 나선 모습이 역력하다.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29일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확정했다. 이번 지침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오는 31일까지 모든 부처에 통보된다. 각 부처는 편성 및 작성지침에 따라 5월 31일까지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내년도 재정운영의 기본방향은 경제 도약을 위한 '필요한 재정의 역할'과 전면적 재정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재정 확립'으로 설정했다.
특히 △재정지출 재구조화 △재량지출 10% 절감 △신규재원 발굴 및 재정관리 강화 △열린재정 구현 등 4대 재정혁신 추진을 병행한다.
전략적 지출조정 등을 통한 전면적 재정지출 재구조화 추진을 위해 경제·사회 여건 및 사업수요 변화를 반영해 분야·부처 내 투자방향을 재설정하고 새로운 투자여력을 확보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각종 한시 지원 소요를 이전 수준으로 축소하고, 경직적 의무지출 구조 근본적 개선 검토한다.
집행실적·성과평가 등을 고려해 경직성 경비 외 전재량지출을 10% 절감한다.
연례적 집행 부진 사업, 공공부문 경상경비, 성과 미흡 지적사업 등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조정 추진한다. 최근 실집행 실적에 따라 10~50%까지 감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보조사업의 보조율 체계를 원점 재검토하고, 관행적 출연·출자 사업의 존속 여부 및 적정소요를 집중 점검한다.
신규재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재정준칙 도입준비 등 중기재정관리를 강화한다. 정부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유사기금 통폐합 등 회계·기금간 칸막이를 해소하고, 회계·기금 여유재원을 최대한 활용한다.
사회보험 중장기 재정추계 내실화 및 재정건전성 제고방안 마련한다. 정책협의 활성화, 현장소통 확대 등으로 열린 재정 구현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자체·부처 등 재정정책 파트너와의 협의채널을 신설해 내실화하고, 일반국민들과의 현장소통을 강화한다. 투명한 재정운용과 관련해서는 예산 편성·집행 현황, 부처별 사업정보 등을 열린재정·디브레인 등에 통합 공개한다.
이에 따른 지출 감축 규모는 1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재량지출은 인건비나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절감이 가능한 모수를 산정해서 구조조정을 하는데, 통상적으로 약 10조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량지출 절감과 코로나 한시 지출 정상화를 고려하면 (이번 절감 규모는) 통상적으로 매년 절감하는 규모보다 어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예산안 편성은 2025년 재정준칙 도입 취지를 반영하는 쪽으로 잡았다.
더욱이 △확고한 경제도약 △민생안정 기반 공고화 △미래투자 확대 △국민안전과 경제안보 등 4대 분야 투자에 중점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판 뉴딜, BIG3 등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내수 회복세 뒷받침을 위해 관광·콘텐츠산업 지원을 강화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수출 품목·국가 다각화를 지원한다.
광역 메가시티와 지역 강소도시 연계 육성, 지역소멸대응기금 등 인구감소·낙후지역 지원 등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투자를 확대한다.
일자리 창출 및 사회안전망 강화 등 민생안정 기반을 공고화하기 위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 기반 강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아동·청년·여성·농어민 등 맞춤형 사회안전망 강화한다.
식료품비, 주거비, 에너지 비용 등 서민 생활물가 안정 지원하고 위기 소상공인 대상 채무관리, 경영개선, 폐업·재창업 지원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여 회복·재기(Re-START) 뒷받침한다.
디지털·저탄소 등 경제·사회구조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투자도 확대한다. 경제·사회 전반의 디지털화 가속화, 탄소중립 실현 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양자·우주 등 국가필수전략기술도 집중 지원한다.
디지털·바이오 등 신산업·신기술 교육·훈련 확대, 고등·평생교육투자 강화 등 미래인재 양성 기반도 구축한다. 초저출생 관리, 고령사회 서비스 발굴 등 인구구조 변화에도 적극 대응한다.
국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고, 경제안보 역량을 제고하는 지원도 확대한다. 산업재해, 자연재해, 감염병, 미세먼지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에 대한 대응체계도 고도화한다.
핵·대량파괴무기(WMD) 대응 핵심전력 증강, 미래전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등으로 첨단강군을 육성하고 신국제경제질서 대응 등 경제안보 역량도 제고한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한국판 뉴딜 등 문 정부 역점사업이 언급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명시적으로 한국판 뉴딜이라고 하는 표현이 편성지침에 나와 있지 않을 뿐이지, 중요한 것은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초 생각했던 취지나 집행 상황, 성과 이런 부분들, 또한 향후에 전개될 수 있는 정책 여건의 변화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 다소 수정·보완·발전될 부분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년 국가채무는 1200조에 육박할 전망이다.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국가채무는 1182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07조1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2.9%까지 올라간다.
최상대 실장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확장적 본예산, 7차례 추경 편성을 통해서 나름대로 재정이 버팀목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국가채무와 재정적자가 확대되었고 재정의 대응 여력이 약화된 측면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입 여건 역시 여러 가지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서 불확실성이 증가되는 상황이고 지출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정책 수요에 따라서 적극적인 재정투자가 요구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세입·세출 여건을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 재구조화가 굉장히 중요하고 이를 통해 재정 여력을 확대해 새 정부 국정과제도 차질 없이 뒷받침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재부는 관계부처 협의와 국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2023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했다고 밝혔다. (자료=기획재정부)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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