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준다니 좋긴 하지만'…줄줄 새는 '고용안정지원금'
소득감소 특고·프리랜서에 지급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2차 지원부터 신청·심사 없이 지급…묻지마 지원 70만명까지↑
"코로나 2년 경과에도 소득 증감 여부 확인할 길 없어"
신규 대상자 추산도 '실패'…5차 신규 37.5%에 그칠 전망
2022-04-04 04:00:00 2022-04-04 04:00: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 학원강사 A씨는 신청도 하지 않은 '긴급고용안정지원금' 50만원이 자신의 통장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창궐 당시 학원의 셧다운으로 소득 줄어 1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했지만 이후 2~5차 지원금은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해 정상적인 소득활동을 시작하면서 2~5차 정부지원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가 어려울 때 받은 1차 지원금은 150만원이다. 하지만 신청하지 않은 2~5차 때도 잇따라 50만원씩 지급되면서 200만원이 담긴 통장을 보곤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더 황당한 건 중앙정부의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은 대상자들에게 서울시가 50만원을 추가 지급하면서 수혜금액이 250만원으로 불었다.
 
A씨는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실제 소득이 줄어들어 힘들었지만 2021년부터는 정상적으로 임금을 지급받았다. 신청하지 않은 지원금으로 꽁돈(공짜돈)이 들어왔다는 생각에 기분 좋지만 사실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특고·프리랜서에게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예산낭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1차 지급 이후 2~5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도 별도 신청없이 기존 지급받은 대상자에 반복 지급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2차부터 기존에 지급받았던 사람의 소득심사를 생략한 채, 눈먼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2년이 경과했지만 현재까지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정부 시스템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신청을 마감한 5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원 인원은 52만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이 감소했으나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특고·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 무급휴직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한 2020년 최초로 지원을 시작했다. 1차 2조791억원의 재정을 소요해 149만7000명에게 지원했다. 
 
당시 예상을 초과하는 인원이 몰리면서 심사와 지급에 3개월이 소요됐다.
 
2차 지원금부터는 심사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에 비해 지원이 '긴급'하다고 보고 앞서 지원금을 받은 기존대상자들에 대한 심사를 생략했다. 고용부는 영세자영업자, 무급휴직자는 타부처 소관으로 이전하고 특고·프리랜서만을 대상으로 지원을 지속했다. 
 
1차 특고·프리랜서 지원인원은 지급 당시 50만7000명이었다. 하지만 기존인원 유지에 더해 추가 신규신청이 이뤄지면서 △2차 지원 61만3000명 △3차 68만2000명 △4차 71만5000명으로 눈덩이처럼 불었다.  
 
2~5차에 걸쳐 기존 지원인원에게 50만원씩 추가 지급한 금액을 합치면 1인당 무심사 지원 금액은 200만원에 달한다.
 
1~4차에 걸쳐 정부가 투입한 재정 총액은 3조3982억원이다. 신청자 모두의 소득을 심사한 1차 지원금을 제외하면 1조3265억원의 대부분 심사과정 없이 투입됐다. 
 
최근 고용회복세를 반영하지 않고 예산을 집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던 취업자 증감은 지난해 3월 31만4000명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후에는 지난 2월까지 1년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1, 2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00만명 이상 증가했다.
 
기존 지급대상자 중 실제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얼마나되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지원자들 중 A씨처럼 2021년 실제 소득이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원금을 받은 규모에 대해 알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존 지원자에게 심사없이 추가로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지원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다"며 "고용시장이 이미 충분히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예산을 추가하면서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무심사' 지원 인원 추이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코로나19 2년 경과에도 불구하고 소득파악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서 예산낭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상 특고·프리랜서의 소득파악을 해서 알맞게 지원금을 주는 것은 어렵다"며 "결국 특고·프리랜서도 고용보험 체계로 들어오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신청 마감한 5차는 5만7000명이 신청하는 등 15만명으로 잡은 예상과 달리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규지원은 심사과정을 거칠 경우 이 중 20% 정도가 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어 실제 집행인원은 37.5%(4만3000명)에 불과할 전망이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신청을 마감한 5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원 인원은 52만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원금 신청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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