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법무부 장관 후보들을 두고 풍설이 무성하다. 다른 이력을 가진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있지만 정계에 발을 들이지 않은 고위 검찰간부 출신이 유력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중론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으로 보인다. 그 스스로 검사 시절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간 연유가 2대 정부에 걸친 정치적 외풍에 의한 것이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장관들은 유독 정치색이 강했다. 본인들이야 할 말이 없지 않겠으나 선봉에 섰던 그들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자주 선을 넘었다. 임기가 법으로 보장된 검찰총장을 공공연히 전방위로 흔든 것이 그랬고, 자신을 추종하는 검사들을 요직에 앉힌 것이 그랬다. 눈에서 벗어난 검사들은 가차 없이 좌천당했다.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검찰이 자정적 개혁 의지로 세운 인권부를 폐지한 것은 월권으로까지 비쳐졌다. 오죽하면 장관과 그의 검사들을 두고 'OOO 사단'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참여정부 검찰개혁이 실패한 원인은 개혁의 주도권을 검찰에게 줬기 때문이다. 검찰을 과신한 탓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검찰개혁의 칼자루를 정치인 출신 법무부 장관이 거머쥐었다. 검찰을 백안시 한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창설이라는 열매를 맺었음에도 결코 개혁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권 말, 지금의 여당 스스로 검찰개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그 반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종합해보면, 참모들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후보를 윤 당선인에게 따로 추천하지는 않는 듯 하다. 대통령 당선 직전 직업이 검찰총장인 윤 당선인의 안목을 넘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윤 당선인이 찾고 있는 법무부 장관은 누구일까. 점차 확대되는 전 정부 관련 수사들을 향한 거대 야당의 공세를 뚝심 있게 막아줄 사람일까. 사실상 검찰의 손발을 다 잘라 놓은 문재인 전부 검찰개혁을 모조리 그 이전으로 되돌려 놓을 사람일까. 검찰총장 시절 자신을 모욕한 후배 검사들을 싸그리 쓸어내 줄 사람일까.
그렇다면, 국민이 찾고 있는 법무부 장관과는 거리가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현 정부 이전부터 이미 정치적 외풍에 강하게 흔들려 왔다. 정치권에 줄 선 검사들로 인해 조직은 사분오열됐으며, 아직 안착되지 않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후유증은 '일 하지 않는 검사'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 내부의 푸념이다. 법무부는 법무부대로 탈검찰화의 부작용 때문에 정책 수립과 시행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서로 반목하고 불목하는 적대적 모습까지 보인다.
이런 현실은 오롯이 국민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검·경의 미제사건 증가, 복잡다단한 국민권리 구제 시스템, 어처구니 없이 터져나오는 공소유지의 실책 등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들 마저 "내가 다시 검사를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할 정도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은 이런 혼란을 우선 수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검찰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더 이상 헤집지 말고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공평무사한인사로 정치편향적인 인사들은 배제하되 묵묵히 임무를 다하고 있는 검사들을 이제는 등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과거 윤 당선인을 몰아붙였던 검사들에 대한 보복도 자제해야 한다. 그래야 검사들이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정치권력에 줄을 대는 악습과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일소하려 해서도 안 된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검찰개혁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산물이도 역사의 일부다. 고칠 것은 고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해 발전시켜야 한다. 이 임무를 능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 자격이 있다.
더욱더 중요한 임무는,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 26년간 검사 생활을 했지만 대부분 특수부 검사였다. 그나마 법무부 근무 경험은 없다. 법무검찰에 관한 한 윤 당선인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노라면, 그것은 무능력이요 직무태만이다. 국민은 물론 검찰과 끊임 없이 소통해 대통령의 흠결 없는 판단을 보좌해야 한다. 윤 당선인도 이를 유념해야 한다.
법치국가에서 법무부 장관이라는 존재의 무게는 결코 가벼울 수 없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시키는대로 걱실걱실 움직이는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맞는 것 만큼 국민에게 비극은 없다.
최기철 사회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