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경찰 "바디캠, 당일 촬영 안돼"
2022-04-06 12:59:45 2022-04-06 12:59:45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한 CCTV가 공개되면서 경찰의 부실대응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 당일 경찰이 차고 있던 ‘바디캠’ 영상이 주요한 증거로 보이지만, 경찰측은 해당 기기가 당일 촬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측은 지난 5일 사건 당시 경찰들이 현장을 이탈하는 등 부실 대응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건물 현관과 2층 계단, 주차장 모습이다. 영상에서는 피해자 남편이 남성 경찰과 1층 현관에 머무르다 급히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모습이 담겼다.
 
남성 경찰도 피해자 남편과 계단을 오르다 여성 경찰을 마주쳤고, 여성 경찰관이 목에 칼을 찌르는 듯한 시늉을 하며 내려오자 함께 빌라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후 경찰이 빌라 내부로 들어가려 했지만 빌라 출입문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들어갈 수 있어 곧바로 들어가지 못했다. 경찰은 3분 넘게 서성이다 주변에 있던 다른 주민이 나타날 때에서야 빌라 내부로 향했다. 이후 4분가량 지나서 범인을 데리고 계단을 내려왔다. 이때는 피해자 남편이 뛰어 올라간 지 7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상태였다.
 
피해자측은 경찰의 안일한 대응을 적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당시 경찰이 지니고 있던 ‘바디캠’이 주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피해자측은 “건물의 2층과 3층 사이에는 CCTV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 순경이 차고 있던 바디캠 영상이 유일한 증거가 된다”며 “순경이 이 영상을 삭제했다고 하는데, 중간에 비어 있는 시간에 다른 공간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밝혀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사건 당일 바디캠에 영상이 촬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6일 경찰은 “해당 바디캠은 개인이 구입하여 소지하고 사용, 관리하던 것”이라며 “임의제출 당시 메모리가 비어 있는 상태로 이미 삭제된 것은 맞지만, 디지털 포렌식 결과 11월3일까지의 파일만 복원되고 이후 녹화영상은 없다”고 해명했다.
 
피해자측은 경찰측 지시로 피해 여경이 영상을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남편은 6일 CBS라디오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건 당일 경찰은 바디캠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압수수색도 안 하고 회수도 안 했다, 초동수사 때 해야 하는 데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참 지난 19일 이후 조사 이후 여경이 (바디캠 영상을) 지웠다고 하더라”라며 “여 경찰이 지운 것 같지 않고 경찰의 지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피해자 남편은 이날 아내가 뇌를 크게 다쳐 인지 능력이 어린아이 수준으로 떨어졌고, 실어증 증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자녀 역시 얼굴에 크게 상처를 입어 15차례의 성형수술을 받아야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건 당일 출동했던 경찰관은 해임 처분을 받은 뒤,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청을 냈지만 기각당했다.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 남편이 현장으로 뛰어갔으나 경찰관들은 건물 밖으로 나왔다. (사진=연합뉴스·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피해자측 제공)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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